진행성 난소암에서 수술보다 항암을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에 물이 차서(복수) 숨이 차고 밥을 넘기기 어렵던 분이 한두 차례 항암을 받고 나면, 배가 편해지고 입맛이 돌아오며 걸음이 가벼워지는 변화를 겪기도 합니다. 반가운 신호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의료진이 수술 이야기를 꺼내면, 가족은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좋아졌는데 굳이 배를 열어야 할까.'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도움이 됩니다. '몸의 컨디션'과 '몸 안에 남은 암의 양'은 서로 다른 축입니다. 복수, 통증, 식욕 저하, 피로는 암이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신호여서 항암이 잘 들으면 비교적 빨리 좋아집니다. 반면 복막 표면에 좁쌀처럼 흩어진 작은 병변은 증상을 거의 만들지 않고, CT 같은 영상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종양표지자(CA-125)가 내려간 것도 반응이 있다는 뜻이지 암이 사라졌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즉 '느낌이 좋아진 것'과 '남은 병변이 없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술 전에 하는 항암을 선행항암화학요법(neoadjuvant chemotherapy)이라고 부르며, 이는 수술을 피하기 위한 치료라기보다 수술을 더 안전하고 충분하게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계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양의 부피를 줄이고 복수를 가라앉힌 뒤, 남은 병변을 최대한 제거하는 수술을 중간종양감축술(interval debulking surgery)이라고 합니다. 난소암은 복강 여러 곳에 퍼지는 성질이 있어 약만으로 모든 병변을 없애기는 어렵고,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남기지 않았을 때 이후 경과가 더 낫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어 왔습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같은 결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그래서 개별 판단이 필요합니다.

수술을 언제 할지, 또는 할 수 있을지는 대략 이런 요소들을 함께 봅니다. 항암에 대한 반응 정도, 영상에서 남은 병변의 위치와 범위(특히 횡격막·간 주변·장간막 침범 여부), CA-125 수치의 흐름, 환자의 전신 상태와 활동 능력, 영양·근육량·빈혈 여부, 그리고 절제했을 때 육안상 남는 종양을 없앨 수 있을지에 대한 수술팀의 판단입니다. 판단이 애매할 때는 진단적 복강경으로 배 안을 직접 들여다보고 절제 가능성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개복수술이 몸에 큰 부담이라는 걱정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부담을 줄이는 준비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수술 전 몇 주 동안 단백질 위주로 식사량을 확보하고, 매일 조금씩 걷고, 심호흡 연습을 하고, 빈혈이나 영양 결핍을 미리 교정하는 이른바 수술 전 재활(prehabilitation)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수술 범위에 따라 장의 일부 절제나 일시적 장루 가능성 등 미리 들어 두면 좋은 내용이 있으니,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나누어 설명해 달라고 요청해도 좋습니다.

치료 사이에 공기 좋은 곳에서 쉬고, 잘 먹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자체는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표준치료의 '일정'을 대신하게 될 때입니다. 항암은 주기 간격이 정해져 있고, 수술도 항암 반응이 가장 좋은 시기라는 창(window)이 있어 시기를 놓치면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항암 후 백혈구가 떨어지는 시기에 열이 나면 응급 진료가 필요한데, 큰 병원까지 몇 시간 걸리는 곳에 머무는 것이 안전한지도 미리 따져 볼 문제입니다. 즙, 고용량 보조식품, 한약 등을 함께 쓰고 있다면 숨기지 말고 담당 의료진과 약사에게 알려 주세요. 간·신장 부담이나 약물 상호작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실 겁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 본인과 의료진이 함께 나눠 지는 것입니다. 다음 진료 때 이런 질문을 적어 가면 대화가 한결 구체적으로 흘러갑니다. 지금 영상에서 남아 있는 병변은 어디이며, 수술로 육안상 완전 절제가 가능해 보이는가. 수술은 몇 차 항암 뒤가 적절한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한다면 대신 어떤 계획으로 가게 되는가. 유전자검사(BRCA, HRD)는 진행되었고 결과가 이후 유지요법 선택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가능하다면 배우자와 함께 듣고, 허락을 구해 설명을 녹음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치료 방침에 대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