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종양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떠올리는 게 큰 수술이다. 그런데 막상 진료를 받다 보면 "수술 대신 색전술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식 명칭은 경동맥화학색전술, 영어로 줄여 TACE라고 부른다. 이름은 길고 어렵지만 원리 자체는 의외로 단순하다. 간암 덩어리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내서, 그 길로 항암제를 직접 흘려보낸 뒤 혈관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영양 공급선을 끊으니 종양이 굶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왜 굳이 이런 방법을 쓰느냐. 간암은 정상 간 조직과 달리 대부분 간동맥에서 피를 받아 자란다. 이 차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가느다란 관을 동맥 안으로 넣어 종양 바로 앞까지 들어가니까, 약이 온몸에 퍼지지 않고 병변에만 집중된다. 전신 항암치료에 비해 다른 장기가 받는 부담이 적은 편이고, 종양이 여러 개거나 위치상 칼을 대기 까다로운 경우에도 시도해볼 수 있다. 수술이 어려운 분, 간 기능이 큰 절제를 견디기 힘든 분에게 흔히 권해지는 이유다.
과정을 그려보면 이렇다. 보통 사타구니 쪽 대퇴동맥에 작은 구멍을 내고 거기로 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밀어넣는다. 화면으로 혈관 모양을 비춰가며 관을 간동맥 끝까지 끌고 가는데, 이걸 안내하는 게 조영제와 엑스선 투시 장비다. 표적 혈관에 도착하면 항암제와 색전 물질을 함께 주입하고 길을 막는다. 전신마취까지는 보통 필요 없고 부분마취로 진행하는 곳이 많다. 관이 들어가는 동안 통증은 거의 없지만, 약이 종양에 닿는 순간 속이 메스껍거나 옆구리가 묵직하게 당기는 느낌이 올 수 있다. 시간은 사람마다 다른데 한두 시간 안쪽이 흔하다.
막상 더 신경 쓰이는 건 시술이 끝난 다음이다. 색전술을 받고 나면 상당수가 이른바 색전후증후군을 겪는다. 미열이 오르고, 시술한 쪽 윗배가 욱신거리고, 입맛이 떨어지면서 구역질이 나는 식이다. 종양 조직이 죽으면서 생기는 일종의 몸살 반응이라 너무 놀랄 일은 아니지만, 며칠 정도는 꽤 처질 수 있다. 보통은 진통제와 수액으로 조절하면서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대퇴동맥을 찔렀던 자리는 출혈을 막으려고 몇 시간 다리를 펴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해서, 그 시간이 은근히 답답하다는 분들이 많더라.
퇴원하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회복을 서두르지 않는 게 핵심이다. 처음 며칠은 물을 충분히 마셔 조영제를 빨리 내보내고, 무리한 운동이나 음주는 잠시 미뤄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달쯤 뒤 영상검사로 종양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하고, 남아 있으면 같은 시술을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니 "한 방에 다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치료의 한 단계라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갑자기 고열이 나거나 배가 심하게 아프고 황달기가 보이면 바로 병원에 알리는 것, 이것만큼은 꼭 기억해두자.
여기 적은 내용은 색전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일반적인 설명일 뿐이고, 본인 상태에 맞는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정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