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닌데 배만 자꾸 불러요." 간이 나빠진 분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꺼내는 말이다. 바지 단추가 안 잠기고, 누우면 숨이 차고, 신발 신을 때 허리를 굽히기가 버겁다. 복수(腹水)는 간경변이나 간암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배 안에 물이 고이는 현상인데, 무섭게 들리지만 막상 알고 보면 일상에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꽤 크다. 그래서 오늘은 약 말고, 집에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배가 덜 부풀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건 소금이다. 짜게 먹으면 몸이 그 염분을 붙들려고 물을 끌어안는데, 간이 약한 사람은 이 물을 빼낼 힘이 부족해서 배로 고이게 된다. 하루 나트륨을 2g(소금으로는 5g 정도) 안쪽으로 잡으라는 게 보통 권고인데, 사실 숫자보다 습관이 중요하다. 국물을 반만 남기고, 김치·젓갈·라면 수프·가공식품을 줄이고, 식탁의 소금통을 아예 치우는 것만으로도 체감이 다르다. 의외로 빵이나 시리얼처럼 안 짜 보이는 음식에 나트륨이 숨어 있으니 라벨을 한 번씩 들여다보면 좋다.
물은 또 무작정 끊으면 안 된다. 복수가 있다고 무조건 물을 안 마시는 분들이 있는데,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너무 낮아진 경우가 아니라면 갈증 나는 만큼 마셔도 된다. 담당의가 "하루 1~1.5리터로 제한하세요"라고 따로 말한 게 아니면 스스로 탈수에 빠질 정도로 참을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처방이 다르니 꼭 본인 주치의에게 확인하는 게 맞다.
매일 아침 같은 조건에서 몸무게를 재는 습관은 생각보다 큰 무기다. 화장실 다녀온 뒤, 같은 옷차림으로, 같은 저울에서. 이뇨제를 먹는 중이라면 하루에 0.5kg 안팎으로 빠지는 게 적당하고, 며칠 새 2kg 넘게 갑자기 불어나면 물이 다시 차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배 둘레를 줄자로 재서 적어두는 것도 좋고. 이런 기록이 있으면 다음 진료 때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막연하게 답하지 않고 숫자로 보여줄 수 있어 약 조절이 훨씬 정확해진다.
몸 관리 외에 챙길 것도 있다. 다리가 붓고 배가 빵빵할 때는 누워서 발밑에 베개를 받쳐 다리를 살짝 올려두면 한결 편하다. 배가 부풀면 위가 눌려서 한 번에 많이 못 먹으니, 세 끼를 무리하게 채우기보다 조금씩 자주 나눠 먹는 게 낫다. 단백질은 근육을 지키는 데 필요하니 두부·생선·달걀 같은 걸 끊지 말고. 그리고 진통제 중 일부(특히 소염진통제)는 콩팥에 부담을 줘서 물을 더 고이게 할 수 있으니, 약국에서 아무거나 사 먹기 전에 한 번 물어보는 게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당장 병원에 연락해야 할 신호들은 외워두자. 배가 갑자기 더 빵빵해지면서 열이 나거나 배를 누를 때 아프면 복수에 염증이 생긴 걸 수 있고, 이건 응급이다. 정신이 멍해지고 손이 떨리거나 말이 어눌해지는 것, 토하거나 변이 새까매지는 것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복수는 잘 다스리면 오래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문제다. 너무 겁먹지 말고, 다만 몸이 보내는 신호는 가볍게 보지 말자.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관리 이야기일 뿐이니, 실제 식사량이나 약은 꼭 본인 주치의와 상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