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면 의사 선생님 입에서 처음 듣는 말 중에 "HER2"라는 게 있어요. 처음엔 다들 그게 뭔가 싶죠. 쉽게 말하면 암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일종의 스위치 같은 단백질이에요. 정상 세포에도 조금은 있는데, 이게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기면 암세포가 자라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받게 돼요. 액셀이 밟힌 채 고정돼 있는 차랑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조직검사에서 이 HER2가 과하게 많다고 나오면 'HER2 양성'이라고 부르고, 전체 유방암 환자의 대략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가 여기에 해당돼요.

예전엔 이 HER2 양성이 좀 안 좋은 신호로 여겨졌어요. 진행이 빠른 편이라서요. 근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바로 표적치료 덕분이에요. 그럼 표적치료가 우리가 흔히 아는 항암제랑 뭐가 다르냐. 일반 항암제, 즉 세포독성 항암제는 빠르게 자라는 세포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요. 암세포도 잡지만 멀쩡한 머리카락 세포, 위장 점막 세포까지 같이 타격을 받죠. 머리가 빠지고 속이 메스꺼운 게 그래서예요. 반면 표적치료는 아까 말한 그 HER2라는 스위치만 콕 집어서 막습니다. 신호를 차단해 버리니까 암세포는 자라라는 명령을 못 받게 되는 거죠.

대표적인 약이 트라스투주맙(허셉틴)이에요. 이름이 어려운데, HER2에 딱 들러붙어서 작동을 못 하게 만드는 항체 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에 퍼투주맙을 같이 쓰거나, 최근에는 항체에 항암 성분을 매달아서 암세포한테만 약을 배달하는 방식(이걸 항체약물접합체라고 불러요)까지 나왔어요. 약이 점점 똑똑해진 거죠. 한 가지 오해를 풀자면, 표적치료를 한다고 해서 일반 항암치료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에요. 보통은 둘을 같이 가요. 항암제로 큰 덩어리를 줄이고 표적치료로 HER2 신호를 잡고, 이렇게 손발을 맞추는 식입니다.

물론 표적치료라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머리 빠짐이나 심한 구역질 같은 게 일반 항암제보단 확실히 덜한 편이에요. 대신 챙겨야 할 게 따로 있는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심장이에요. HER2 표적약이 심장 근육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치료 중에는 심장 기능 검사(심초음파 같은)를 주기적으로 받게 돼요. 이건 무서워할 일이라기보다, 그냥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마음 편합니다. 대부분은 치료가 끝나면 회복되고요.

그리고 한 가지 더. HER2 양성이냐 음성이냐에 따라 치료 방향이 완전히 갈리기 때문에, 조직검사 결과지에서 이 항목을 꼭 확인하고 담당 선생님께 "제 HER2는 어떤가요" 하고 물어보는 게 좋아요. 같은 유방암이라도 사람마다 타입이 다르고, 그에 맞는 약이 따로 있다는 게 요즘 치료의 핵심이거든요. 막상 알고 보면 내 암의 성격을 정확히 아는 게 치료의 절반이에요.

여기 적은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설명이에요. 내 치료 계획은 검사 결과를 직접 본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하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