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서른둘. 유방암 진단을 받는 나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막상 "암"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일단 빨리 치료부터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잠깐 멈춰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가임력 보존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한다. 순서가 중요하다. 항암치료가 시작되고 나면 선택지가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유방암에 흔히 쓰는 항암제 중 일부는 난소에 직접 영향을 준다. 난자를 품고 있는 난소가 약에 노출되면 기능이 떨어지고, 사람에 따라서는 월경이 영영 돌아오지 않기도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회복 가능성은 높은 편이지만 "어리니까 괜찮겠지"라고 마음 놓을 일은 아니다. 게다가 호르몬 양성 유방암이라면 치료가 끝난 뒤에도 5년에서 10년씩 호르몬 억제제를 먹어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임신을 미뤄야 한다. 진단 당시 서른이었다면 약을 다 끝낼 무렵엔 마흔에 가까워져 있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치료 전에 난자나 배아를 미리 얼려두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방법은 생각보다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결혼을 했거나 함께할 사람이 있으면 배아를 얼리고, 혼자라면 난자만 동결해두는 식이다. 둘 다 배란유도 주사를 며칠 맞고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2주 안팎이면 끝난다. 예전엔 이 2주가 치료를 늦춰 위험하다는 걱정이 컸지만, 요즘은 월경 주기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시작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아서 치료 일정에 큰 지장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는 게 부담스러운 환자에게는 그 수치를 누르는 약을 같이 쓰기도 한다. 사춘기 전이거나 시간이 정말 없는 상황이라면 난소 조직 자체를 떼어 얼려두는 방법도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비용이 적지 않게 들고, 주사를 맞는 동안 몸도 마음도 꽤 지친다. 진단받자마자 이런 결정까지 며칠 안에 내려야 하니 머리가 복잡한 게 당연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난자를 얼려둔다고 해서 나중에 반드시 임신이 되는 건 아니고, 안 얼려뒀다고 해서 임신이 불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건 "미래의 가능성 하나를 남겨두는 일"에 가깝다. 그 가능성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는 결국 본인이 정하는 몫이다.
그러니 진단을 받았다면, 담당 의사에게 먼저 물어보자. "저, 나중에 아이 생각이 있는데 치료 전에 뭘 챙겨야 할까요?" 이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바쁜 진료실에서 의사가 먼저 꺼내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입을 떼는 게 좋다. 필요하면 난임 전문의에게 연결해 달라고 부탁해도 된다. 사실 암 치료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이런 것까지 챙기라니 야속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훗날의 내가 "그때 물어볼걸" 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딱 한 번만 용기 내보면 좋겠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담은 것이고, 내 몸과 상황에 맞는 답은 결국 진료실에서 의료진과 함께 찾아야 한다는 점, 잊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