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고 한참 마음을 추스르고 나면, 치료 계획을 듣는 자리에서 의외의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다. 항암이나 방사선 말고, 한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 배에 맞는 주사. 이름도 생소한 '난소기능 억제 주사'다. 아직 폐경도 안 됐는데 왜 난소를 멈추라는 건지, 처음 들으면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다.

핵심은 여성호르몬, 그중에서도 에스트로겐이다. 유방암 중에는 이 호르몬을 먹고 자라는 종류가 꽤 많다. 검사지에 ER 양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라고 적혀 있다면 바로 그 경우다. 폐경 전 여성은 난소에서 에스트로겐이 활발하게 만들어진다. 그러니 암세포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먹이가 공급되는 셈이다. 난소기능 억제 주사는 그 공급 라인을 일시적으로 잠가 버린다. 난소에 신호를 보내는 뇌하수체를 조용히 시켜서, 결과적으로 난소가 호르몬을 거의 안 만들게 만드는 원리다.

그러면 약 하나만 먹으면 안 되나 싶은데, 사실 많이들 그렇게 한다. 타목시펜 같은 항호르몬제만으로도 충분한 분들이 있다. 다만 진단 당시 나이가 어리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었거나, 종양 성격이 공격적이라 재발 위험이 좀 더 높게 나오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럴 때 난소 억제까지 함께 더하면 재발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쌓여 있다. 막상 주사를 맞느냐 마느냐는, 그 사람의 위험도와 몸 상태를 같이 놓고 저울질해서 정하는 일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난소를 멈추면 몸은 갑자기 폐경 상태로 들어선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열감, 식은땀, 잠 설침, 관절이 뻐근한 느낌이 찾아올 수 있다. 마치 몇 년 뒤에 올 갱년기를 미리 당겨 받는 기분이라고들 한다. 다행인 건 이게 주사를 멈추면 대체로 회복된다는 점이다. 난소 기능이 영구히 사라지는 수술과는 다르다. 출산을 아직 계획 중인 분이라면 이 부분을 의료진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치료 기간은 보통 몇 년 단위로 길게 잡는다. 매번 주사 맞으러 병원 오는 게 번거롭고, 부작용이 거슬리는 날도 분명 있다. 그래도 이 주사를 권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지금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중에 암이 다시 찾아올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 열감이 너무 심하거나 일상이 힘들 정도면 참지 말고 담당 선생님께 말해야 한다. 강도를 조절하거나 증상을 다스리는 다른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다.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설명일 뿐이고, 내 몸에 맞는 답은 결국 진료실에서 나온다. 검사 결과를 들고 담당 의료진과 충분히 이야기 나눠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