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면 의사 선생님이 종양 검사 결과를 두고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HER2" 같은 단어를 줄줄이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처음 들으면 외계어처럼 들리죠. 그중에서 이 세 가지가 모두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를 삼중음성 유방암이라고 불러요. 영어로는 트리플 네거티브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세 개의 표지자가 다 '없다'는 뜻이에요. 이름은 좀 무뚝뚝하지만, 사실 이 한 줄에 이 암의 성격이 거의 다 담겨 있어요.
왜 이 세 가지가 중요할까요. 보통 유방암 치료는 그 종양이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를 알아내서 그 먹이를 끊는 방식으로 접근해요.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면 여성호르몬을 차단하는 약을 쓰고, HER2가 양성이면 그 단백질을 겨냥하는 표적치료제를 쓰죠. 둘 다 꽤 효과가 좋은 무기예요. 그런데 삼중음성은 이 세 가지 자물쇠 구멍이 다 막혀 있어서, 호르몬 약도 HER2 표적약도 열쇠가 안 맞아요. 그래서 한동안은 항암화학요법, 흔히 말하는 항암주사가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어요. 까다롭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 거예요. 쓸 수 있는 정교한 무기가 상대적으로 적었으니까요.
거기다 삼중음성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종양이 빠르게 자라는 편이라 진행이 급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특정 유전자(BRCA) 변이를 가진 분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기도 하고요. 전체 유방암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데, 성격이 또렷하다 보니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편이에요.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까다롭다는 건 '치료가 안 된다'는 뜻이 절대 아니에요. 손에 익은 길이 좁다는 의미지, 막다른 길이라는 뜻이 아니거든요.
실제로 요 몇 년 사이 분위기가 꽤 달라졌어요. 항암제에 면역항암제를 더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을 직접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분들에게 쓰는 새로운 표적약, 약물을 종양까지 정확히 배달하는 항체약물접합체 같은 것들이 줄줄이 등장했거든요. 예전엔 항암주사 하나로 버텼다면, 지금은 그 위에 선택지가 한 겹 두 겹 쌓이고 있는 셈이에요. 막상 치료를 시작해 보면 생각보다 길이 여러 갈래라는 걸 알게 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만약 이 진단을 받았다면, 너무 인터넷 검색에 휩쓸려 겁부터 먹지 않으셨으면 해요. 종양의 크기, 림프절 상태,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그림이 사람마다 꽤 다르게 그려지거든요. 옆집 누구의 경과가 내 경과는 아니에요. 궁금한 건 메모해 뒀다가 진료 때 하나씩 여쭤보고, 유전성 여부가 걱정되면 유전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마음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돼요.
이 글은 삼중음성 유방암을 이해하는 데 보태려고 정리한 내용일 뿐이라,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꼭 담당 의료진과 직접 상의해서 정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