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끝나고, 항암이나 방사선까지 다 마치면 한고비 넘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라면 거기서 끝이 아니라 진짜 긴 싸움이 막 시작된 거다. 매일 알약 하나, 길게는 10년.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5년이요? 10년이요?" 하고 되묻게 되는 그 막막함, 겪어본 사람은 안다. 항호르몬 치료는 재발 위험을 눈에 띄게 낮춰주는 분명한 효과가 있는데, 문제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디느냐다.

약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폐경 전이면 보통 타목시펜 계열을, 폐경 후면 아로마타제 억제제(레트로졸, 아나스트로졸, 엑세메스탄 같은)를 쓴다. 둘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따라오는 불편함도 조금씩 다르다. 타목시펜은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안면홍조나 식은땀, 질 분비물 변화가 흔하고, 드물지만 자궁내막이 두꺼워지거나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길 수 있어서 다리가 한쪽만 붓거나 종아리가 당기듯 아프면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관절이 뻣뻣하고 쑤시는 통증, 그리고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이 가장 골치다. 아침에 일어나서 손가락이 안 펴지거나, 계단 내려갈 때 무릎이 시큰해서 "내가 벌써 이런가" 싶어 우울해지는 분들이 많다.

막상 견뎌보면, 부작용은 손 놓고 참기만 하는 게 아니라 꽤 다룰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안면홍조는 카페인이랑 매운 음식, 뜨거운 국물을 줄이고 얇은 옷을 겹쳐 입어 그때그때 벗는 식으로 대처하면 한결 낫다. 관절 통증은 의외로 가만히 있을 때 더 심해진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걷고, 스트레칭이나 물속 운동으로 몸을 자주 움직여주면 굳는 걸 늦출 수 있다. 뼈 건강은 칼슘과 비타민 D를 챙기되,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로 수치를 지켜보는 게 핵심이다. 필요하면 의료진이 뼈를 보강하는 약을 따로 권하기도 한다.

사실 가장 무너지기 쉬운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매일 약을 삼킬 때마다 "내가 환자였지" 하고 상기되는 그 기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 그러다 보면 약을 한두 번 거르다가 슬그머니 안 먹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통계로도 중간에 약을 끊는 분이 적지 않다. 그런데 항호르몬 치료는 꾸준히 채워야 효과가 제값을 한다. 부작용이 너무 힘들면 혼자 결정해서 약을 멈추지 말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자. 같은 계열 안에서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잠깐 쉬었다 가는 식으로 조절할 여지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건 꼭 말하고 싶은데, 부작용을 "원래 다 이런 거니까 참아야 한다"고 혼자 끌어안지 않았으면 한다. 진료실에서 "관절이 아파요", "잠을 못 자요", "기분이 자꾸 가라앉아요" 같은 말을 구체적으로 꺼내야 의료진도 손을 쓸 수 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 모임이나 환우 커뮤니티에서 "다들 그렇다더라"는 한마디에 위로받는 분도 많다. 길게 보면 이 약은 나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재발이라는 더 큰 위험을 막아주는 동행자에 가깝다.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정보일 뿐이라, 내 몸 상태와 약 조절은 결국 진료실에서 주치의와 같이 정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