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을 시작하고 나면 입맛부터 달라진다. 고기 냄새가 갑자기 역하게 느껴지고, 평소 좋아하던 음식도 두세 숟갈이면 배가 부르다. 그런데 하필 이 시기에 우리 몸은 단백질을 더 필요로 한다. 간이나 담도, 췌장 쪽 치료를 받는 분들은 소화 부담까지 겹쳐서 "뭘 먹어야 근육이 안 빠지나" 고민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살이 빠지는 게 단순히 체중계 숫자 문제가 아니라, 다음 치료를 버틸 체력과 직결되니까 더 신경이 쓰인다.

막상 단백질을 챙기려고 하면 양이 만만치 않다. 보통 체중 1kg당 1.2~1.5g 정도를 권하는데, 60kg이면 하루 70~90g쯤 된다. 이걸 한꺼번에 먹으려다 속이 거북해서 포기하는 분이 많다. 그래서 나눠 먹는 게 핵심이다. 아침에 계란 하나, 오전 간식으로 두유 한 컵, 점심에 생선 한 토막, 오후에 그릭요거트, 저녁에 두부나 닭가슴살. 이렇게 끼니마다 조금씩 흩어 놓으면 한 번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합쳐서 꽤 채워진다.

췌장이나 담도가 약해진 상태라면 기름진 고기를 소화하기가 힘들다. 이럴 땐 지방이 적고 부드러운 단백질을 먼저 떠올리면 편하다. 흰살생선, 껍질 벗긴 닭고기, 달걀흰자, 연두부, 무지방 요거트 같은 것들. 튀기거나 볶는 대신 찌고 삶고 끓이는 쪽이 위에 한결 순하다. 사실 같은 닭가슴살이라도 기름에 구운 것보다 푹 삶아 결대로 찢어 죽이나 수프에 넣으면 훨씬 술술 넘어간다.

그래도 도무지 음식으로 양이 안 채워지는 날이 있다. 메스꺼움이 심하거나 입안이 헐어서 씹는 것 자체가 고역일 때다. 그럴 땐 마시는 형태가 구원이다. 단백질 파우더를 우유나 두유에 타거나, 환자용 영양 음료를 활용하는 거다. 다만 종류 선택은 꼭 담당 의료진이나 영양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간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단백질을 무작정 늘리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내 몸 상태에 맞는 양과 형태를 짚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소소하지만 효과 있는 요령도 몇 가지 있다. 국이나 죽을 끓일 때 달걀물을 풀어 넣기, 매시드포테이토나 수프에 분유나 단백질 가루를 한 스푼 섞기, 간식으로 견과 한 줌이나 치즈 한 조각 곁들이기. 입맛 없을 때는 따뜻한 것보다 차갑고 부드러운 음식이 덜 거북한 경우도 많으니, 차가운 요거트나 푸딩을 미리 챙겨 두면 든든하다.

이건 일반적인 식사 요령일 뿐이고, 치료 단계나 간·췌장 수치에 따라 맞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식단을 크게 바꾸기 전엔 꼭 주치의나 영양 담당과 한 번 이야기 나눠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