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면 '삼중음성'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거의 따라붙는 설명이 "조금 까다로운 유형"이라는 것이다. 이 말에 덜컥 겁이 나기 쉬운데, 실제로 무엇이 까다롭다는 건지 그 의미부터 차분히 짚어보면 막연한 두려움이 한결 줄어든다.
유방암은 보통 세 가지 표지를 본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그리고 HER2 단백질이다. 삼중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은 이 세 가지가 모두 음성으로 나온 경우를 말한다. 전체 유방암의 대략 열에서 열다섯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까다롭다는 말의 핵심은 '겨냥할 표적이 적다'는 데 있다.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면 항호르몬제를, HER2가 양성이면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는데, 삼중음성은 이 두 길이 모두 막혀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주된 무기는 세포 전반을 두드리는 항암화학요법이었다. 표적이 없다는 건 곧 '맞춤 공격이 어렵다'는 뜻이지, 치료법이 아예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을 더 잘 인식하도록 돕는 면역항암제가 일부 삼중음성에 쓰이기 시작했고, 약과 항암 성분을 묶어 암세포에 더 정밀하게 전달하는 항체-약물 접합체(ADC)도 등장했다. 또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엔 그 약점을 노리는 표적약(PARP 억제제)을 고려하기도 한다. 한때 '표적이 없는 암'으로 불리던 영역에 새로운 길이 하나둘 열리는 셈이다.
다만 삼중음성이라고 모두 같은 경과를 밟는 건 아니다. 같은 이름 안에서도 세부 성질이 제각각이고, 종양의 크기·등급·림프절 전이 여부 같은 요소에 따라 예후와 치료 강도가 달라진다. 비교적 젊은 나이나 BRCA 변이와 연관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곧 내 결과를 단정 짓지는 못한다. 같은 진단명이라도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다.
'삼중음성'이라는 단어 자체보다 중요한 건, 내 종양의 구체적인 특성과 병기다. 어떤 항암 조합을 권하는지, 면역항암제나 ADC가 내게 해당하는지, BRCA 검사가 필요한지는 결과지를 손에 들고 담당 의료진과 하나씩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까다롭다는 표현에 압도되기보다, 그 안에서 내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쉽게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치료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