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의 끝부분과 직장은 소화가 끝난 내용물에서 남은 수분과 전해질을 마지막으로 붙잡아 두는 자리입니다. 이 구간을 잘라 내고 다시 이어 붙인 뒤에는 내용물이 예전보다 묽은 상태로 더 빨리 내려오는 일이 흔하고, 장루를 되돌린 지 한두 해가 지나도 식사 뒤 한두 시간 안에 화장실을 찾게 되는 날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날 살펴야 할 것은 '오늘 몇 번 갔는가'만이 아닙니다. 물, 나트륨·칼륨 같은 전해질, 그리고 짧은 시간에 반복해서 소화액에 노출되는 항문 주위 피부가 함께 빠져나가거나 상하는 목록에 들어갑니다.

먼저 수분입니다. 설사가 잦은 날 맹물만 많이 마시면 갈증은 잠시 가라앉지만 함께 빠져나간 염분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소량의 염분과 당분이 함께 들어 있을 때 장에서 물이 더 잘 흡수된다는 점이 경구수분보충용액(oral rehydration solution)의 원리이고, 약국에서 파는 경구수분보충제나 맑은 국물·미음 같은 음식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당분이 많은 주스와 탄산음료, 무설탕 간식에 들어가는 당알코올(sorbitol 등), 카페인, 알코올은 오히려 배변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벌컥 마시기보다 컵 단위로 나눠 자주 마시는 편이 몸에 남는 양이 많습니다.

몸에서 물이 부족해지는 신호는 갈증보다 다른 곳에서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소변 횟수가 줄고 색이 진해지는지, 앉았다 일어설 때 눈앞이 캄캄한지, 맥박이 평소보다 빠른지, 입안과 혀가 마르는지, 며칠 사이 체중이 줄었는지를 봅니다. 체중은 하루 한 번, 아침에 같은 옷차림으로 재면 비교가 쉽습니다.

피부는 따로 챙겨야 합니다. 짧은 시간에 여러 번 묽은 변이 지나가면 소화효소와 담즙이 섞인 자극이 항문 주위 피부에 반복해 닿아 화끈거림, 짓무름, 가려움이 생기기 쉽습니다. 휴지로 문질러 닦는 대신 미온수로 헹군 뒤 두드려 말리고, 향료와 알코올이 없는 제품을 고르며, 산화아연이나 실리콘 계열의 보호막(barrier cream)을 얇게 발라 두면 다음 배변 때 자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피가 비치거나 진물이 나고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치열·치핵·피부 감염처럼 다른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진료로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약은 원인에 따라 갈립니다. 장운동을 늦추는 지사제는 복용 시점을 식사 전으로 맞추는 편이 나은 경우가 있고, 담즙산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설사에는 담즙산을 붙잡는 약을 쓰기도 합니다. 반면 발열이 있거나 변에 피가 섞이거나 최근 항생제를 쓴 뒤 설사가 시작됐다면 감염 가능성 때문에 지사제를 임의로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남은 약이 있더라도 용량이나 횟수를 스스로 올리기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외래 전에는 기록을 이렇게 한 장으로 줄이면 이야기가 빨라집니다. 첫째, 최근 사나흘에서 일주일치만 고릅니다. 둘째, 하루 배변 횟수와 형태를 브리스톨 대변 척도(Bristol stool scale) 1~7로 적습니다. 셋째, 식사 시각과 배변 시각의 간격을 적습니다. 넷째, 하루에 마신 양과 종류를 적습니다. 다섯째, 아침 체중과 소변 횟수·색을 적습니다. 여섯째, 피부 상태와 쓰고 있는 세정·보호 제품을 적습니다. 일곱째, 복용 중인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모두 적습니다. 매일의 식단을 통째로 옮기기보다 이 일곱 줄이 진료실에서 더 많은 답을 끌어냅니다.

다음과 같을 때는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열이 나거나, 변에 피가 섞이거나 검은 변을 보거나, 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반나절이 넘도록 소변이 거의 없거나, 구토 때문에 물조차 삼키지 못하거나, 어지러워서 서 있기 어려울 때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몸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약을 바꾸거나 식사와 수분 계획을 조정하기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