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로 들어간 날부터 한 달 넘게 병원에 머물다 마침내 병원복을 벗는 날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오래 기다린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다음 일주일이 달라집니다. 퇴원은 '병이 나았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관리를 병원 밖에서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관리의 장소가 바뀌는 것이므로, 병원에서 간호사가 대신 세어 주던 것들을 이제 집에서 누군가 세어야 합니다.

첫째 축, 황달과 빌리루빈(bilirubin)입니다. 담도(bile duct)가 종양이나 부종으로 좁아지면 담즙이 흐르지 못해 혈액 속 빌리루빈이 올라가고, 눈흰자와 피부가 노래지며 소변 색이 짙어집니다. 문제는 많은 항암제가 간에서 대사되거나 담즙으로 배설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수치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약을 줄이거나 미루게 됩니다. 담도 배액관(PTBD)이나 스텐트로 담즙 길을 열어 수치가 내려가면 그때 치료 재개를 다시 논의합니다. 재개 기준이 되는 수치는 약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둘째 축, 퇴원을 판단한 근거입니다. 대개는 열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는지, 정맥으로 주던 약을 먹는 약으로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 또는 보호자 도움으로 먹고 마실 수 있는지, 배액관이 있다면 집에서 관리법을 익혔는지를 봅니다. 퇴원 결정의 근거를 알아 두면, 집에서 그중 무엇이 무너질 때 병원에 연락해야 하는지도 함께 알게 됩니다.

셋째 축, 통증 조절 방식의 전환입니다. 병원에서 정맥으로 들어가던 진통제를 경구약으로 바꾸면, 하루 중 약효가 얕아지는 시간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정해진 시간에 먹는 서방형 약이 기본을 깔고, 갑자기 심해지는 돌발통에는 속효성 약을 추가하는 구조입니다. 속효성 약을 하루 몇 번, 주로 몇 시에 썼는지 적어 두면 다음 외래에서 기본 용량을 조정할 근거가 됩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쓰는 동안에는 변비약과 구역 조절약을 함께 챙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넷째 축, 집이라는 공간의 준비입니다. 계단, 화장실까지의 거리, 밤에 일어나는 동선, 낮 동안 곁에 있을 사람, 가정간호나 지역 완화의료 방문 서비스를 쓸 수 있는지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걸음이 늘어 가스가 잘 나오고 통증이 덜한 날도 있지만, 그 하루를 몸이 감당한 대가가 다음 날 나타나기도 합니다.

집에서의 첫 일주일은 이 순서로 세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첫째, 체온을 아침저녁 두 번 재서 적습니다. 둘째, 통증을 0~10 숫자로 하루 두세 번 적고 속효성 진통제 사용 횟수를 함께 적습니다. 셋째, 배변과 가스가 나온 시각, 넷째, 하루 식사량과 물의 양, 가능하면 같은 시간대의 체중, 다섯째, 소변 색과 눈흰자 색의 변화, 여섯째, 배액관이 있다면 하루 배액량과 색깔입니다. 이 여섯 줄이면 다음 외래에서 '괜찮았어요' 대신 구체적인 그림을 전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지 말고 연락해야 하는 신호도 미리 적어 두십시오. 38도 이상의 열이나 오한, 눈과 소변 색이 다시 짙어지는 변화, 배액관이 빠지거나 새거나 배액량이 갑자기 줄어드는 경우, 먹는 약으로 잡히지 않는 통증, 반복되는 구토나 수분 섭취 불가, 말수가 줄고 잠에서 잘 깨지 않는 의식 변화, 검은 변이나 피가 섞인 구토가 여기 해당합니다. 퇴원할 때 야간과 주말에 연락할 번호를 확인해 두는 일은 사소해 보여도 새벽 세 시에 가장 큰 차이를 만듭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의 재개 기준, 진통제 용량, 응급실에 갈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