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실에서 며칠 밤을 보내다 보면, 이 침대 저 침대에서 번갈아 들리는 코 고는 소리에 잠이 토막 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나도 예전부터 코를 심하게 골았는데, 혹시 그게 지금의 병과 관련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칠 수 있습니다. 담배도 술도 하지 않았던 사람일수록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오래 신경 쓰였던 코골이가 그 자리에 떠오르곤 합니다. 자연스러운 질문이지만, 병실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는 답을 얻기 어렵습니다. 치료 중인 몸에서 코골이는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갈래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첫째 갈래는 약입니다. 마약성 진통제(opioid), 수면제, 진정 작용이 있는 항구토제나 항히스타민제는 상기도 근육의 긴장을 떨어뜨려 평소보다 코골이를 크게 만들 수 있고, 호흡을 얕게 만들기도 합니다. 수술 직후 병동에서 코골이가 유난히 많이 들리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둘째는 몸에 남은 수분과 붓기입니다. 수액을 많이 맞은 날, 하루 대부분을 누워 지낸 날에는 낮 동안 다리에 모여 있던 수분이 밤사이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목 주변의 공기 통로를 좁힙니다. 셋째는 코와 목 자체의 상태입니다. 건조한 병실 공기, 비염, 항암치료 중의 점막염(mucositis), 두경부 방사선치료 뒤의 부종, 콧줄이나 산소 캐뉼라 같은 장치가 모두 소리에 영향을 줍니다. 넷째가 원래 가지고 있던 폐쇄성 수면무호흡(obstructive sleep apnea, OSA)입니다. 과거에 코골이 수술이나 편도 절제를 받았더라도 무호흡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체중 변화나 나이에 따라 다시 뚜렷해지기도 합니다.

수면무호흡과 암의 관계는 어디까지 알려져 있을까요. 여러 나라의 관찰연구에서 무호흡이 심한 사람들에게 암 발생이나 사망이 더 많았다는 보고가 있었고, 자는 동안 산소가 반복해서 떨어지는 상태(간헐적 저산소증)가 몸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도 제시되어 왔습니다. 다만 수면무호흡은 비만·흡연·음주·나이·대사질환처럼 암 위험과도 겹치는 요인들을 함께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연관성이 보이더라도 그것이 원인인지 동반된 현상인지 가려내기가 어렵습니다. 현재로서는 '수면무호흡이 암을 일으킨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며, 이미 진단을 받은 개인이 자신의 암 원인을 코골이로 지목할 근거도 없습니다. 지나간 습관을 원인으로 되짚는 일은 마음을 오래 붙잡아 두지만, 답을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럼에도 코골이와 무호흡을 한 번 확인해 볼 이유는 따로 충분합니다. 수술과 마취에서 수면무호흡은 진정제·진통제 사용과 회복실 관찰 방식에 영향을 주는 정보이고, 낮 졸림과 집중력 저하는 치료 기간의 일상과 안전(특히 운전)에 직접 닿습니다. 혈압과 심장에 주는 부담, 상처 회복에 필요한 수면의 질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암 때문에'가 아니라 '치료를 견디는 몸을 위해' 다뤄 볼 만한 문제입니다.

다음 진료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순서가 있습니다. 첫째, 목격된 증상을 적습니다. 함께 자는 사람이 숨이 멎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컥 하며 깨는지, 밤에 몇 번 깨는지. 혼자 지낸다면 휴대폰 녹음 앱이나 수면 기록 기능도 참고가 됩니다. 둘째, 낮의 신호를 적습니다. 아침 두통, 입마름, 앉아 있다가 조는 정도, 낮잠 횟수. 셋째, 최근 6개월~1년의 체중 변화와 새로 시작한 약(진통제·수면제·스테로이드)을 함께 적습니다. 넷째, 자세와 환경을 확인합니다. 똑바로 누웠을 때만 심한지, 침상 머리를 조금 올리면 덜한지, 코막힘이 함께 있는지. 다섯째, 이 기록을 들고 담당 의료진에게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나 간이 수면검사를 지금 시기에 하는 것이 적절한지 물어봅니다. 치료 일정 중에는 검사 시점을 조정해야 할 수 있고,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면 마취 상담 전에 알리는 편이 낫습니다. 이미 양압기(CPAP)를 쓰고 있었다면 입원 시 지참·사용이 가능한지 병동에 미리 확인하세요.

기다리지 말고 알려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자는 동안 숨이 멎는 모습이 반복해서 목격될 때, 입술이나 손톱이 파래질 때, 산소포화도가 평소보다 뚜렷하게 낮게 측정될 때, 진통제나 수면제를 늘린 뒤 깨우기 어려울 정도로 처질 때, 코골이가 최근 갑자기 시작되면서 목소리 변화·목의 혹·삼킴 곤란이 함께 생겼을 때입니다. 이때는 다음 외래를 기다릴 일이 아니라 병동 간호사나 담당 의료진에게 바로 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병실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지만 없지도 않습니다. 귀마개와 수면안대, 침상 머리를 살짝 올리기, 가능하면 옆으로 눕기, 병동에 소음 시간대를 상의하기 정도입니다. 옆자리의 코골이는 예의의 문제라기보다 치료받는 몸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에 가깝다는 점을 떠올리면, 잠 못 든 밤의 화가 조금은 다른 자리로 옮겨 가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이며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검사 시점, 약 조정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