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나 회갑, 장례처럼 하루를 거의 서서 보내야 하는 자리를 앞두고, 평소 운동화만 신던 분이 정장 구두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는 일은 흔합니다. 발볼이 넓거나 발바닥 아치가 낮은 발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큰 수술을 받았거나 받는 중이라면 이 선택은 '어떤 모양이 잘 어울리는가'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축이 몇 가지 더 생깁니다. 발은 치료의 흔적이 가장 늦게, 그러나 가장 오래 남는 자리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축은 붓기입니다. 치료 기간에는 수액 투여, 스테로이드 사용, 혈중 단백질(알부민) 변화, 활동량 감소 같은 이유로 발등과 발목이 붓는 일이 잦습니다. 부기는 대개 아침에 가장 적고 오후로 갈수록 커집니다. 골반이나 사타구니 림프절을 수술했거나 그 부위에 방사선을 받은 경우에는 한쪽 다리에 림프부종(lymphedema)이 남기도 합니다. 아침에 신어 보고 산 구두가 예식이 끝날 무렵 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한쪽 종아리만 갑자기 붓고 아프며 붉거나 열감이 있다면 단순 부종이 아니라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일 수 있으므로, 신발 탓으로 넘기지 말고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둘째 축은 감각입니다. 백금계나 탁센계 항암제 등은 손발의 저림과 먹먹함, 즉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을 남길 수 있습니다. 감각이 무뎌지면 신발이 조이거나 쓸리는 것을 제때 느끼지 못해, 물집이 잡히고 나서야 알아차리게 됩니다. 같은 이유로 굽이 높은 신발은 발바닥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줄어든 상태에서 균형을 더 어렵게 만들어 넘어질 위험을 키웁니다. 키를 조금 보완하고 싶다면 바깥 굽 자체를 높이기보다 안쪽 깔창으로 조절하는 편이, 발이 앞으로 쏠리며 발가락에 실리는 압력을 덜어 줍니다.

셋째 축은 피부와 상처입니다. 일부 항암제는 손발 피부가 붉어지고 갈라지는 수족증후군(hand-foot syndrome)을 일으키고, 당뇨가 함께 있거나 무좀·발톱 변형이 있는 발은 작은 마찰에도 쉽게 헐립니다. 호중구가 낮아지는 시기에는 발뒤꿈치의 작은 물집 하나도 감염이 들어오는 입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 중인 발에게는 '멋'보다 '마찰이 생기지 않는 구조'가 먼저입니다.

고르는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발 치수는 오후나 저녁에, 그날 신을 양말을 신은 채로, 양쪽 발을 모두 잽니다. 좌우 크기가 다른 사람이 많고 큰 쪽에 맞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둘째, 길이만 보지 말고 발볼 둘레를 함께 봅니다. 같은 사이즈라도 넓은 폭으로 나온 제품군이 따로 있습니다. 셋째, 끈이나 버클, 벨크로처럼 여밈을 조절할 수 있는 형태가 부기 변화를 견디기 쉽습니다. 넷째, 깔창을 뺄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합니다. 발등이 높은 발은 깔창 한 장 차이로 편해지기도 합니다. 다섯째, 뒤꿈치가 들리며 쓸리지 않는지, 앞코 안에서 발가락이 눌리지 않는지를 서서 확인합니다. 여섯째, 새 신발은 행사 당일 처음 신지 말고 2~3주 전부터 집 안에서 하루 30분씩 길들여, 어디가 쓸리는지 미리 확인합니다. 이음선이 두꺼운 양말이나 스타킹도 같은 자리에 물집을 만들 수 있으니 함께 시험합니다.

그날 하루를 나누는 순서도 미리 정해 두면 좋습니다. 오가는 길에는 편한 신발을 신고 식장에서 갈아 신을 수 있게 여벌을 챙깁니다. 인사를 받는 자리 근처에 앉을 의자를 하나 확보해 두고, 한두 시간마다 잠깐 앉아 발을 심장 높이 가까이 올려 둡니다. 중간에 한 번은 양말을 벗고 붉어진 자리나 물집이 잡히려는 곳을 눈으로 확인합니다. 감각이 둔한 발은 아픔이 아니라 눈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일정이 끝난 뒤에도 밝은 곳에서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까지 살펴보고, 물집이 생겼다면 터뜨리지 않은 채 깨끗하게 덮어 둡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신발 문제로 넘기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한쪽 다리만 갑자기 붓고 아플 때, 38도 이상의 열이 함께 있을 때, 상처나 물집 주변이 붉게 번지거나 진물·고름이 날 때, 발의 저림이나 감각 없는 범위가 넓어질 때, 발가락 색이 창백하거나 검게 변할 때입니다. 특히 항암 주기 중 백혈구가 낮아지는 시기에는 작은 발 상처도 빨리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현재 받고 있는 치료와 몸 상태에 따라 권고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발의 부기나 저림, 상처가 있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