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한 고비를 넘기고 며칠 쉬었는데도 쉰 것 같지 않고, 다시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혈당계 숫자가 평소보다 높게 찍히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은 대개 '인슐린을 조금 더 맞자'입니다. 그러나 책상 앞에 앉아 보낸 하루의 혈당은 한 가지 이유로만 오르지 않습니다. 무엇이 올렸는지 갈라 보지 않은 채 용량부터 올리면, 그 원인이 사라진 날에 저혈당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순서를 바꾸어, 올라간 자리를 먼저 나누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첫째, 움직임의 총량입니다. 식사 뒤 혈액 속 포도당을 가장 많이 가져가는 조직은 골격근입니다. 근육이 수축하면 인슐린이 적게 있어도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열립니다. 반대로 몇 시간을 연속으로 앉아 있으면 이 통로가 덜 열려, 같은 식사를 해도 식후 혈당이 더 높게,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운동을 안 해서'가 아니라 '끊기지 않고 앉아 있어서' 오르는 부분이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스트레스와 수면입니다. 마감이 걸린 작업, 오래 이어지는 집중, 긴장은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올립니다. 이 호르몬들은 간에서 포도당을 더 내보내게 하고 인슐린이 듣는 정도를 떨어뜨립니다. 잠이 부족한 날도 같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먹은 것은 어제와 같은데 숫자만 높은 날'이 생깁니다.
셋째, 식사의 간격과 구성입니다. 일에 몰리면 끼니가 밀리고, 밀린 끼니는 다음 식사나 간식에서 한꺼번에 채워지기 쉽습니다. 소화기 수술을 받은 몸이라면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붙습니다. 소화효소제를 제때 먹었는지, 한 번에 먹는 양과 먹는 속도가 달라졌는지에 따라 영양소가 흡수되는 속도 자체가 달라지고, 그러면 식후 혈당의 모양도 달라집니다.
넷째,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일입니다. 감염이나 발열,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항구토제, 포도당이 들어간 수액, 조절되지 않는 통증, 항암 주기 자체가 혈당을 밀어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런 원인은 대체로 '한동안만' 이어지므로, 이 시기에 맞춰 올린 용량을 그대로 두면 나중에 저혈당의 원인이 됩니다.
기록의 순서.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한 줄짜리 기록을 남겨 보시길 권합니다. 잰 시각과 수치, 직전에 먹은 것, 그 사이의 활동, 맞은 용량, 그리고 손 떨림·식은땀·어지럼 같은 증상을 함께 적습니다. 이렇게 모으면 '혈당이 높다'가 아니라 '공복이 높다', '점심 뒤 두 시간이 높다', '저녁부터 새벽까지 높다'처럼 자리가 드러납니다. 자리가 다르면 조정하는 방식도 다릅니다. 조건이 된다면 연속혈당측정(CGM,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은 이 자리를 훨씬 또렷하게 보여 줍니다.
스스로 용량을 올리기 전에 확인할 것들. 최근에 저혈당이 있었는지, 저혈당이 와도 잘 못 느끼는 편인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특히 췌장 수술을 받은 뒤 생긴 당뇨는 인슐린뿐 아니라 혈당을 끌어올리는 글루카곤(glucagon) 분비도 함께 줄어 있을 수 있어, 혈당이 떨어졌을 때 스스로 회복하는 힘이 약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용량을 혼자 조금씩 올리는 일은 위험이 큽니다. 또 하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조절하면 정작 저혈당으로 판단이 흐려졌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최소한 한 사람에게는 '무엇을 몇 단위 맞고 있는지'를 알려 두고, 포도당 젤이나 사탕을 손 닿는 곳에 두는 편이 좋습니다.
진료를 앞당겨야 하는 신호. 며칠 이상 높은 수치가 이어질 때, 갈증과 소변량이 늘고 체중이 줄 때, 구역·구토·복통과 함께 숨이 가쁘거나 소변 케톤이 나올 때, 저혈당이 반복되거나 새벽에 생길 때, 열이 나면서 혈당까지 흔들릴 때는 다음 외래를 기다리기보다 연락하거나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일하는 하루를 다시 놓는 방법. 30~60분마다 2~3분만 일어서기, 식후 10~15분 가벼운 걷기,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두기, 하루에 감당할 작업량을 미리 줄여 잡기. 작아 보이지만 앉아 있는 시간이 만든 부분은 대체로 여기에서 회복됩니다. '일을 조금 내려놓는다'는 결정 역시 치료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인슐린 용량 조정과 식사·운동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