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한 고비를 넘겼다고 여기던 무렵,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몸이 몇 초에서 몇 분간 떨리다 저절로 멎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흔한 암뿐 아니라 드문 종류의 암도 시간이 지나면서 뇌로 옮겨갈 수 있고, 그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신호가 경련(seizure)이나 한쪽 몸의 마비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놀란 자리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원인을 짐작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본 장면을 정확히 옮겨 적는 일입니다.
경련이라는 한 단어 안에는 서로 다른 갈래가 섞여 있습니다. 첫째는 병변 둘레에 물이 차오르는 뇌부종(cerebral edema)입니다. 뇌 안에서 자리를 차지한 병변은 주변 조직을 밀어내고 압력을 올려, 발작이나 힘 빠짐, 아침에 심해지는 두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둘째는 병변 안의 출혈입니다. 증상이 몇 분 안에 급격히 나타나고 심한 두통·구토가 함께 오면 이 가능성을 같이 봅니다. 셋째는 뇌가 아니라 몸 전체의 상태입니다. 혈중 나트륨이나 칼슘이 크게 흔들리거나, 혈당이 너무 낮거나, 감염으로 열이 오를 때도 경련은 생깁니다. 넷째는 약입니다. 일부 항구토제·항생제, 오래 쓰던 수면제나 스테로이드를 갑자기 줄인 경우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 네 갈래는 검사도 처치도 서로 달라서, 처음부터 하나로 단정 짓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발작이 멎은 뒤에도 한쪽 팔다리에 힘이 바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있습니다. 몇십 분에서 하루 안팎 이어지다 회복되는 일시적 마비를 토드 마비(Todd's paralysis)라고 부르는데, 겉모습만으로는 새로 생긴 마비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어느 쪽이, 얼마 만에 돌아왔는지'가 진료실에서 큰 무게를 갖습니다.
다음에 해당하면 기다리지 말고 응급으로 연락하거나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권고입니다. 떨림이 5분 넘게 이어질 때, 멎었다가 의식이 돌아오기 전에 다시 시작될 때, 발작이 끝난 뒤에도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가 길어질 때, 입술이 파래지거나 숨이 고르지 않을 때,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을 때, 새로 생긴 마비·언어장애·한쪽 시야 이상이 남을 때입니다.
발작이 진행되는 그 몇 분 동안 보호자가 할 일은 많지 않고,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분명합니다. 몸을 억지로 붙잡거나 펴려 하지 말고, 입에 손가락·숟가락·수건을 넣지 않습니다. 주변의 딱딱한 물건을 치우고, 머리 아래에 얇은 것을 받친 뒤, 가능하면 옆으로 돌려 눕혀 침이나 토한 것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시계를 봅니다. 시작 시각을 아는 것만으로도 이후 판단이 달라집니다. 여력이 되면 영상으로 남겨 두면 좋습니다. 의료진이 직접 보지 못한 장면을 대신 전해 주기 때문입니다.
병원에 닿기 전 종이 한 장에 순서대로 적어 두면 설명이 훨씬 빨라집니다. ① 시작 시각과 지속 시간 ② 몸의 어느 부분에서 시작해 어디로 번졌는지, 한쪽인지 양쪽인지 ③ 눈이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는지 ④ 부르는 말에 반응했는지 ⑤ 소변을 지리거나 혀를 깨물었는지 ⑥ 멎은 뒤 말과 힘이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 ⑦ 직전 24시간의 사건, 즉 발열·구토·설사·식사량·수분 섭취·잠 ⑧ 최근 바뀐 약과 빠뜨린 약의 이름과 시각입니다. 특히 ⑦과 ⑧은 전해질과 약이라는 갈래를 가려내는 열쇠가 되곤 합니다.
이후 치료는 대체로 두 축으로 나뉩니다. 부종을 줄이기 위한 스테로이드는 증상을 빠르게 덜어 줄 수 있지만 혈당 상승·불면·위장 자극·감염 위험 같은 부담이 함께 오므로 용량과 기간을 의료진이 조절합니다. 항경련제는 이미 일어난 발작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쓰는 약이고, 항암제나 다른 약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어 복용 중인 모든 약을 한 장에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방사선치료나 수술이 함께 논의될 수도 있는데, 병변의 개수와 위치, 전신 상태, 그리고 본인이 무엇을 우선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완치를 목표로 하지 않는 상황이라도 경련과 부종을 다스리는 치료는 편안함을 위해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발작이 있었다면 생활에서 몇 가지가 달라집니다. 운전은 지역 규정과 의료진 판단에 따라 일정 기간 제한되며, 목욕은 욕조에 몸을 담그는 대신 샤워로 바꾸고 문은 잠그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높은 곳에 오르는 일, 혼자 오래 있는 시간, 계단이 많은 동선은 줄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응급 대응 순서를 미리 한 번 말로 맞춰 두면 다음번에 덜 당황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필요한 검사·약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처방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