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을 지나온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한 문장이 갑자기 마음을 흔들 때가 있습니다. 위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장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검사 기록으로 눈이 갑니다. '나는 수술 전에 CT를 찍었는데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데 왜 저분은 몇 달 만에 다른 곳에서 암이 나왔을까. 나도 내시경을 따로 해달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질문은 걱정이 많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검사마다 답할 수 있는 질문이 다르다는 사실이 잘 설명되지 않은 채 지나가서 생깁니다.

먼저 CT(전산화단층촬영, computed tomography)가 무엇을 보는 검사인지부터 정리해 두면 마음이 조금 정돈됩니다. 조영제를 쓴 복부 CT는 몸을 얇은 단면으로 잘라 쌓아 올린 뒤, 덩어리의 크기와 위치, 주변 림프절이 커졌는지, 간·폐·복막처럼 다른 장기에 퍼진 흔적이 있는지를 읽습니다. 벽이 두꺼워졌는지, 모양이 일그러졌는지처럼 '부피와 형태의 변화'를 보는 데 강합니다. 병기를 정하고 수술 범위를 계획하는 자리에서 CT가 중심에 놓이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CT가 잘 보지 못하는 영역도 분명합니다. 점막(mucosa) 표면에만 얕게 퍼져 있는 초기 병변, 몇 밀리미터짜리 용종(polyp), 색조만 미세하게 다른 평평한 병변은 부피 변화가 거의 없어 단면 영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대장은 안에 변과 가스가 들어 있어 벽 두께가 실제보다 두껍게도, 얇게도 보일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endometrium)처럼 두께가 조금씩만 달라지는 부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판독지에 대장이나 자궁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은 '그곳 점막에 아무것도 없다'는 확인서가 아니라, '이번 검사에서 눈에 띄는 덩어리나 퍼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대장내시경(colonoscopy)은 애초에 다른 질문에 답하는 검사입니다. 안쪽 표면을 직접 눈으로 훑고, 의심스러운 곳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조직을 떼어 확인합니다. 그러니 'CT는 깨끗했는데 왜 내시경을 또 하느냐'는 모순이 아니라 역할 분담입니다. 두 검사는 서로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위암 진료에서 대장내시경 이야기가 함께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서로 다른 장기의 암이 비슷한 시기에 함께 발견되거나(동시성 중복암, synchronous double primary cancer), 시차를 두고 뒤이어 나타나는(이시성) 경우가 드물지 않게 보고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병원이 수술 전 검사 묶음에 대장내시경을 넣거나, 상황이 급하면 회복 후로 미뤄 일정을 잡습니다. 반대로 출혈이나 폐색 때문에 수술을 서둘러야 할 때, 최근 몇 년 안에 정상 소견의 대장내시경 기록이 있을 때는 뒤로 밀리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 되짚을 질문은 '내가 요청했어야 했나'보다 '내 기록에 마지막 대장내시경이 언제로 남아 있나'입니다.

'복강경으로 배를 열었으니 다른 장기도 살펴봐 주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도 자주 나옵니다. 복강경 카메라는 배 안쪽, 즉 장기의 바깥면(장막, serosa) 쪽에서 봅니다. 복막에 뿌려진 결절이나 간 표면의 변화, 밖으로 튀어나온 큰 혹은 눈에 들어오지만, 장 안쪽 점막에 얕게 퍼진 병변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수술 기록의 '복강 내 특이 소견 없음'과 '대장 안이 깨끗하다'는 서로 다른 문장입니다.

이미 다른 곳에 병변이 확인된 상태라면 불안이 더 크게 번집니다. 다만 새로 보이는 병변이 원래 암에서 퍼져 나간 것인지, 별개로 생긴 다른 암인지는 영상만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조직검사와 경과로 갈립니다. 그리고 전이가 확인된 몸은 이미 추적 간격이 촘촘하게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새로 챙길 것이 있다면 그 일정 위에 얹는 방식이 됩니다.

외래에서 되물을 때는 순서를 정해 두면 짧은 시간에도 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첫째, 마지막 대장내시경과 자궁경부세포검사가 각각 몇 년도였는지. 둘째, 국가검진에서 받은 분변잠혈검사 결과가 남아 있는지. 셋째, 가족 중 대장암·위암 병력이 있는지. 넷째, 최근에 혈변이나 검은 변, 변이 가늘어짐, 배변 습관의 변화, 폐경 후 출혈 같은 증상이 있었는지. 다섯째, 지금 항암을 하고 있다면 검사를 주기의 어느 지점에 넣는 것이 안전한지. 여섯째, 위를 절제한 몸에서 장정결제를 어떻게 나눠 마셔야 하는지 — 위 절제 후에는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덤핑 증상이나 탈수가 오기 쉬워 복용법을 따로 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을 겪고 나면 사소한 감각도 크게 들리고, 남의 경과가 곧 내 미래처럼 읽힙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더 많은 검색이 아니라 날짜입니다. 다음 내시경과 다음 CT가 언제인지 적어 두면, 매일 되풀이되던 걱정을 그 날짜에 맡겨 둘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몸이 보내는 신호가 있다면 그때 앞당기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내용이며 개인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검사 종류와 시기는 병기, 수술 방식, 현재 치료 일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