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진료실에서 가장 무겁게 들리는 말 중 하나가 “주변 큰 혈관에 붙어 있어 지금은 절제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대동맥이나 복강동맥, 상장간막동맥처럼 몸의 중심을 지나는 혈관은 함께 잘라내고 이어 붙이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종양이 이 구조물을 감싸고 있다고 판단되면 ‘기술적으로 절제가 어려운 상태’로 분류됩니다. 이때 많은 보호자가 곧바로 ‘말기’를 떠올리지만, 절제 불가 판정의 이유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원격 전이나 복막 파종처럼 병이 이미 멀리 퍼진 경우, 둘째는 전이는 없지만 종양이 주요 혈관·췌장 뒤쪽 조직을 침범한 국소 진행 상태, 셋째는 병 자체보다 심폐 기능이나 영양 상태 때문에 큰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각각 다음 단계가 다르므로, 어떤 이유로 어렵다고 했는지를 진료실에서 한 번 더 확인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CT 영상에서 ‘붙어 있다’는 표현은 생각보다 애매합니다. 종양과 혈관 사이의 지방층이 사라졌는지, 혈관 둘레의 몇 도를 감싸고 있는지 같은 소견으로 침범 가능성을 추정하지만, 염증이나 오래된 유착 때문에 붙어 보이는 경우와 실제 암세포가 파고든 침윤을 영상만으로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판독지에 ‘의심된다(suspicious)’, ‘배제할 수 없다’ 같은 표현이 자주 쓰입니다. 이는 검사가 부실해서가 아니라, 현재 기술로 확인 가능한 범위를 정직하게 적어 둔 것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해 절제 불가 판정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선고라기보다, 지금 이 시점의 영상과 몸 상태를 기준으로 한 판단입니다.
이 지점에서 항암치료의 목표가 달라집니다. 원격 전이 없이 국소적으로만 진행한 위암에서는 먼저 항암(선행·유도 항암)을 몇 주기 진행한 뒤 다시 영상을 찍어 평가하고, 종양이 충분히 줄어 혈관과의 경계가 확보되면 수술 가능성을 다시 논의하는 경로가 있습니다. 이렇게 처음에는 어렵다고 했던 환자에게 수술을 시도하는 것을 전환수술(conversion surgery)이라고 부릅니다. 모든 환자에게 열리는 문은 아니고, 항암에 대한 반응 정도, 남아 있는 병변의 위치, 전신 상태와 영양 상태가 함께 고려됩니다. 다만 ‘덩어리가 크니 항암은 소용없다’는 말과 ‘항암을 해도 수술까지 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은 의미가 다르므로, 이번 항암의 목표가 증상 조절인지, 진행을 늦추는 것인지, 수술 가능성을 노리는 것인지 명확히 물어 두는 편이 이후 결정을 훨씬 수월하게 만듭니다.
항암을 시작하기 전 조직검사 검체로 확인하는 표지자들도 있습니다. HER2 단백 발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이나 불일치복구 결핍(dMMR), PD-L1 발현 정도 등은 어떤 약을 조합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입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첫 치료가 먼저 시작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검사가 진행 중인지, 결과에 따라 약이 바뀔 수 있는지를 확인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연세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나이보다 걷는 능력, 최근 체중 변화, 신장·간 기능, 동반 질환과 복용 약, 혼자 생활할 수 있는 정도 같은 항목을 종합해 강도를 정합니다. 필요에 따라 약제 수를 줄이거나 용량을 낮춰 시작한 뒤 반응과 부작용을 보며 조정하기도 하며, 이는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완주 가능한 강도를 찾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치료 방향이 정해지는 사이 집에서 세어 둘 눈금도 있습니다. 매일 비슷한 조건에서 잰 체중, 한 끼에 실제로 넘어가는 양, 음식이 걸리는 느낌이 늘었는지, 검은색 변이나 토혈이 있었는지, 열이 났는지 정도를 날짜와 함께 적어 두면 진료실에서 큰 도움이 됩니다. 위암에서는 출혈과 통과 장애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어,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거나 아무것도 삼키지 못하는 상황은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절제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몇 주기 뒤 어떤 검사로 다시 평가하는지’, ‘좋아졌을 때 수술 논의가 가능한 상황인지’, ‘식사가 막힐 경우의 대비책은 무엇인지’를 묻는 순서로 정리해 가면 짧은 면담 시간을 밀도 있게 쓸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병기와 치료 방침은 영상, 조직검사,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