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 게시판에 링크 하나가 올라오고, 제목만 오래 남는 날이 있습니다. '과당 섭취가 난소암 전이를 촉진한다', '안 먹는 게 가장 좋은 음식'. 그날 저녁 냉장고에서 과일이 통째로 사라지고, 다음 날 아침에는 요구르트 뒷면의 당 함량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런데 그 기사가 근거로 삼은 연구가 어디까지 확인한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 내 밥상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헤드라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먼저 연구의 층을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술이나 항암 뒤 얻은 종양 조직을 분석하고, 세포나 동물 모델에서 특정 영양소를 바꿔 가며 관찰하는 연구는 대개 '기전(mechanism)'을 다룹니다. 항암제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세포가 어떤 상태로 버티는지(세포 노화, cellular senescence), 그 세포가 주변에 어떤 신호를 뿌리는지를 보여 주는 작업이지요. 반면 '그 성분을 줄이면 사람의 재발률이나 생존이 달라지는가'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고, 여기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식이를 배정해 비교한 임상연구가 필요합니다. 기전 연구가 식탁 규칙으로 넘어오려면 그 칸이 채워져야 하는데, 기사 제목은 대개 그 칸을 건너뜁니다. 그래서 이런 소식은 '오늘부터 금지 목록'이 아니라 '앞으로 확인될 가설'로 읽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과당(fructose)'이라는 단어도 한 덩어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하루에 만나는 과당은 크게 세 자리에서 옵니다. 첫째는 가당음료·시럽·과자에 들어가는 액상과당과 설탕(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반씩 붙어 있는 형태), 둘째는 과일주스처럼 섬유질이 걸러진 액체, 셋째는 껍질과 섬유질이 함께 있는 통과일입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한 번에 들어오는 양과 흡수 속도가 다르고, 함께 들어오는 비타민·칼륨·수분도 다릅니다. 실험실에서 다루는 농도와 사과 한 개가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줄일 곳을 하나만 고른다면, 대개 과일이 아니라 가당음료 쪽이 먼저입니다.
치료 중인 몸에는 반대 방향의 위험도 있습니다. 항암 중에는 입맛이 떨어지고 체중이 줄어드는 일이 흔한데, 이때 '당을 끊는다'며 밥·과일·간식을 한꺼번에 덜어내면 열량과 단백질이 같이 빠져나갑니다. 체중이 줄고 근육이 빠지면 항암 용량 조절이나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확인되지 않은 이득을 좇다가 확인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이미 체중이 빠지고 있는 분이라면 '무엇을 뺄까'보다 '어떻게 채울까'가 먼저 놓이는 질문입니다.
진료실로 가져갈 순서는 이렇게 세워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최근 1~3개월 체중 변화와 하루 식사량을 숫자로 정리합니다(주 1회 같은 시간·같은 옷차림으로 잰 체중이면 충분합니다). 둘째, 하루에 마시는 가당음료·주스·믹스커피 잔 수를 사흘만 세어 봅니다. 대개 여기서 가장 큰 자리가 드러납니다. 셋째, 스테로이드를 함께 쓰는 항암 주기라면 혈당이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으니, 당뇨가 있거나 공복혈당이 높았던 분은 측정 시점을 의료진과 정해 둡니다. 넷째, 식단을 크게 바꿀 생각이라면 병원 영양팀 상담을 요청해 열량·단백질 목표부터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섯째, 기사에서 본 내용은 '이 연구가 제 치료 계획에 바꿀 부분이 있는지'라는 한 문장으로 물어보면 짧은 진료 시간 안에서도 답을 받기 쉽습니다.
정리하면, 특정 영양소 하나를 악당으로 지목하는 제목은 기억에 오래 남지만, 그 문장이 서 있는 근거의 층은 대개 아직 실험실 쪽에 가깝습니다. 지금 확실하게 손해가 없는 선택은 가당음료를 줄이고, 체중과 식사량을 기록하고, 통곡물·채소·단백질이 들어간 식사를 유지하는 쪽입니다. 과일을 통째로 버리는 일은 그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식단이나 보충제, 약 복용을 바꾸기 전에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 및 영양 상담팀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