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암을 겪은 사람이 없으면, 진단 직후에는 들리는 단어마다 뜻을 짐작해 붙잡게 됩니다. '전이'라는 말 하나에 마음이 4기로 먼저 가 있고, 방사선 25회와 항암 일정표를 나란히 놓고 몇 회차인지 세어 보다가 답이 맞지 않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직장암의 수술 전 치료에서는 이 두 가지 혼동이 유독 자주 겹칩니다. 하나는 림프절 전이가 병기에서 어디에 놓이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방사선의 '회'와 항암의 '주기'가 같은 시계로 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병기는 보통 세 개의 축으로 매겨집니다. 종양이 장벽을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T), 종양 주변의 국소 림프절에 얼마나 퍼졌는지(N), 그리고 간·폐·복막처럼 멀리 떨어진 장기로 건너갔는지(M)입니다. 흔히 '전이가 있으면 4기'라고 말할 때의 전이는 세 번째 축, 즉 원격 전이를 가리킵니다. 종양 바로 곁의 국소 림프절에 암세포가 보이는 것은 두 번째 축에 해당해서, 원격 전이가 없다면 대개 3기 범위 안에서 세부 단계가 나뉩니다. 그래서 '림프절 두 곳에 전이가 있지만 3기'라는 설명은 서로 어긋나는 말이 아니라 축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붙는 병기는 CT·MRI·PET 같은 영상과 내시경 소견으로 추정한 잠정 병기입니다. 최종 병기는 수술로 떼어낸 조직과 림프절을 현미경으로 확인한 뒤에야 확정됩니다. 수술 전 치료를 먼저 받은 경우에는 치료의 영향이 반영된 병리 병기로 다시 매겨집니다. 진료실에서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말이 돌아오는 것은 판단을 미루는 뜻이라기보다, 지금 숫자를 확정할 근거가 아직 다 모이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직장은 골반 깊숙한 곳에 있고 주변에 방광·신경·항문 조임근이 붙어 있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바로 수술하기보다 수술 전에 방사선과 항암을 먼저 쓰는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목적은 종양과 림프절의 크기를 줄여 절제 여유를 확보하고, 수술 자리 주변에서 다시 자라날 위험을 낮추며, 경우에 따라 항문을 살릴 가능성을 넓히는 데 있습니다. 다만 효과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미리 장담할 수 있는 결과는 없습니다.

방사선 25회는 총량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쬐는 '분할 조사'를 뜻합니다. 보통 평일에 하루 한 번씩 받아 주 5회, 25회면 대략 5주가 걸립니다. 한 번에 몰아 쬐지 않고 나누는 이유는, 정상 조직이 회복할 시간을 주면서 종양에는 손상이 쌓이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방사선에서 세는 단위는 '회(횟수)'이지 '주기'가 아닙니다.

반면 항암의 '한 차(1주기, cycle)'는 약을 쓰는 기간과 쉬는 기간을 합쳐, 다음 투여가 다시 시작될 때까지의 한 묶음을 말합니다. '2주 복용 후 1주 휴약'이라면 그 3주가 한 주기로 세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떤 약을 어떤 계획으로 쓰느냐에 따라 세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방사선과 같은 기간에 쓰는 항암은 전신에 퍼진 암세포를 겨냥하는 고용량 치료라기보다, 방사선이 잘 듣도록 돕는 역할(방사선 증감)로 낮은 강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몇 주기를 채웠는가'보다 '방사선 마지막 날'이 일정의 기준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방사선 25회와 항암 4주를 곱하거나 나누어 회차를 맞추려 하면 계산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두 개의 시계가 나란히 돌고 있을 뿐입니다.

수술 전 치료가 끝나면 대개 몇 주 쉬면서 몸을 회복하고, 그 사이 MRI나 CT로 반응을 다시 확인한 뒤 수술 시기를 정합니다. 수술 이후에 보조 항암이 이어지면 그때 차수는 다시 1차부터 세어집니다. 최근에는 수술 전에 전신 항암까지 앞당겨 몰아서 하는 방식도 쓰이기 때문에, 계획표의 모양은 사람마다 꽤 다릅니다. 회차가 헷갈릴 때는 스스로 계산하기보다 담당 의료진에게 '전체 계획은 몇 주기이고 오늘은 몇 주기 며칠째인지'를 그대로 물어 두는 편이 정확합니다.

치료를 받는 동안 집에서 살펴 두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방사선을 쬐는 부위의 피부가 붉어지거나 벗겨지는지, 배변 횟수와 잔변감·항문 통증이 어떻게 변하는지, 소변볼 때 불편함이 생기는지, 먹는 항암제를 쓴다면 손발이 붉어지고 갈라지는지를 날짜와 함께 짧게 적어 두면 다음 진료에서 이야기가 빨라집니다. 38도가 넘는 열, 멎지 않는 설사와 그로 인한 어지럼·소변량 감소, 심한 복통이나 출혈처럼 하루를 기다리기 어려운 변화는 미리 안내받은 연락처로 바로 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진료 시간이 짧다면 질문을 세 문장으로 줄여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병기가 어디까지 확정된 것이고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 지금 치료의 총 계획과 오늘의 위치가 어디인지, 그리고 이 치료가 끝난 뒤 다음 단계는 언제 어떤 검사로 정해지는지입니다. 숫자를 정확히 아는 것보다,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아는 것이 기다리는 시간을 훨씬 견딜 만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병기와 치료 일정, 회차를 세는 방식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계획에 따라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