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복판에 지방의 집을 나서 수도권의 큰 병원까지 다녀오는 날이면, 같은 시각인데도 두 곳의 기온이 3~5도씩 벌어져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내륙 분지에 자리한 도시는 낮 동안 열이 갇히고, 바다·강·산의 위치나 도심의 아스팔트 면적에 따라 체감은 더 크게 갈립니다. 문제는 숫자 자체보다, 치료를 받는 몸이 하루 사이에 두 기후를 오간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의 몸이 더위에 익숙해지는 데는 보통 1~2주가 걸리는데(열순응, heat acclimatization), 이동하는 날에는 그럴 틈이 없습니다.

암 치료를 받는 중이거나 고령이면 더위에 견디는 폭이 좁아집니다. 나이가 들면 갈증을 느끼는 감각이 무뎌지고 콩팥이 소변을 농축하는 힘도 줄어, 이미 부족해진 뒤에야 목이 마릅니다. 항암 중에는 구역·구토·설사·구내염으로 마시는 양 자체가 줄고, 이뇨제나 혈압약, 일부 항구토제·항히스타민제처럼 땀과 체온 조절에 관여하는 약을 함께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검사 때문에 아침을 금식했다면 물까지 거른 채 몇 시간을 이동하기도 합니다. 이런 조건이 겹치면 바깥 기온이 같아도 몸이 받는 부담은 전혀 같지 않습니다.

집에서 탈수(dehydration)를 가늠하는 눈금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체중입니다. 하루 이틀 사이에 1kg 넘게 빠졌다면 대부분 수분이 빠진 것으로 봅니다. 둘째는 소변으로, 반나절 넘게 소변을 보지 않거나 색이 진한 갈색에 가까워지면 신호입니다. 셋째는 일어설 때의 어지럼과 맥박입니다. 누웠다 앉고, 앉았다 설 때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맥박이 평소보다 뚜렷하게 빨라지면 순환하는 혈액량이 줄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겨드랑이가 말라 있는지, 혀가 건조한지, 말수와 반응이 평소 같은지도 함께 봅니다.

더위로 인한 이상은 대개 열탈진(heat exhaustion)에서 시작합니다. 땀이 많이 나고 기운이 빠지며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는 단계로, 시원한 곳에 눕히고 옷을 느슨하게 한 뒤 수분을 보충하면 대개 회복됩니다. 그러나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이 어눌해질 때, 오히려 땀이 멎고 피부가 뜨겁고 마른 상태가 될 때, 경련이 있거나 구토로 아무것도 삼키지 못할 때는 열사병(heat stroke)에 가까운 상황으로 보고 지체 없이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갈라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항암치료 중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더워서'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백혈구 중 호중구가 낮아지는 시기에 오는 발열(호중구감소성 발열, febrile neutropenia)은 응급 상황으로 다루며, 몇 시간이 경과를 가릅니다. 마지막 주사일과 최근 혈액검사 수치를 기억해 두고, 열이 나면 더위 탓으로 미루기 전에 치료받는 곳에서 안내한 연락처로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동하는 날은 계획이 절반입니다. 가능하면 한낮을 피해 이른 아침이나 해가 기운 뒤로 출발 시각을 잡고, 차에 타기 전 몇 분간 문을 열어 갇힌 열을 빼냅니다. 휴게소에서는 화장실뿐 아니라 그늘에서 몸을 식히는 시간을 따로 둡니다. 금식 지시가 있다면 물도 못 마시는지, 맑은 물은 몇 시간 전까지 되는지 미리 확인해 두면 이동 중 갈증을 다루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밖은 덥지만 대기실과 검사실은 서늘한 경우가 많아 얇은 겉옷 하나가 필요하고, 항암 뒤 손발 저림이나 냉감이 남은 분들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다만 '물을 많이 마시자'가 모두에게 맞는 말은 아닙니다. 심부전이나 신장 기능 저하, 복수, 부종이 있어 수분·염분 제한을 받고 있다면 무작정 늘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고, 땀을 많이 흘린 뒤 맹물만 계속 마시면 혈액 내 나트륨이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온음료나 소금 보충이 필요한지, 하루에 어느 정도까지 마셔도 되는지는 지금 받는 치료와 콩팥·심장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진료 때 한 번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외래에서 짧은 시간에 이 이야기를 꺼내려면 메모 한 장이면 충분합니다. 지난 2주간의 체중 변화, 하루 소변 횟수, 어지럼이 생긴 상황(일어설 때인지 걷는 중인지), 그날의 체온과 잰 시각, 복용 중인 약과 영양제 목록을 적어 가면 됩니다.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남은 주를 세어 보는 마음도, 그 자체로 긴 통원을 버티는 방식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 약, 수분 섭취량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