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서늘해지면 보건소나 병원에서 예방접종 안내 문자가 옵니다. 평소라면 지나가는 길에 맞고 오면 그만인 일이지만, 항암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문자 한 통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게 됩니다. 다음 외래는 2주 뒤이고, 지금은 주사를 맞은 지 열흘쯤 된 시점입니다. 맞아도 되는지, 맞으면 안 되는지, 맞는다면 오늘이 맞는 날인지 — 사실 이 질문은 하나가 아니라 세 개입니다.

먼저 백신을 두 갈래로 갈라 보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하나는 살아 있는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쓰는 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입니다. 홍역·볼거리·풍진(MMR), 수두, 황열, 코에 뿌리는 형태의 인플루엔자 백신, 예전부터 쓰이던 생백신 형태의 대상포진 백신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이들은 몸 안에서 아주 조금 증식하면서 면역을 훈련시키는데, 면역이 눌려 있는 상태에서는 드물게 그 증식이 통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암치료 중에는 원칙적으로 피하는 쪽으로 봅니다. 다른 하나는 병원체를 죽여서 쓰거나 일부 조각만 만들어 쓰는 불활성화·재조합·mRNA 백신입니다. 주사로 맞는 독감백신, 폐렴구균 백신, 코로나19 백신,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B형간염, 파상풍 백신 등이 여기 속합니다. 이들은 몸 안에서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감염을 일으키지 않고, 치료 중에도 접종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 진료실에서 더 자주 갈리는 지점은 '맞아도 되나'가 아니라 '언제 맞나'입니다. 세포독성 항암제를 맞으면 백혈구가 며칠에 걸쳐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는데, 가장 낮아지는 시기를 나디르(nadir)라고 부릅니다. 약에 따라 다르지만 투여 후 대략 7~14일 사이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두 가지가 겹칩니다. 하나는 항체를 만들어 내는 세포도 함께 눌려 있어 접종 효과가 덜 붙을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접종 후 흔히 생기는 미열이 하필 가장 위험한 시기의 발열과 겹쳐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수치가 회복된 시점, 즉 다음 주기 주사를 맞기 며칠 전쯤을 권합니다.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첫 주사 최소 2주 전에 미리 맞아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답을 정하는 것은 결국 '내가 맞고 있는 약의 이름'입니다. 리툭시맙처럼 B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약을 쓰는 중이거나 최근 끝냈다면, 접종을 해도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수개월간 반응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경우에는 어릴 때 맞은 기억이 몸에서 지워지기 때문에, 이식 후 정해진 시점부터 기초접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별도의 일정을 따릅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는 중인지, 비장을 절제했는지도 판단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물어볼 때는 "백신 맞아도 되나요"보다 약 이름, 주기(2주인지 3주인지), 마지막 투여일을 함께 말하고 "이번 주기에서 며칠쯤이 좋을까요"라고 묻는 편이 짧은 진료 시간에 훨씬 정확한 답으로 돌아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미리 정해 두면 좋은 것이 '어느 팔에 맞을지'입니다. 유방 수술로 겨드랑이 림프절을 절제한 쪽이나 림프부종이 있는 쪽 팔은 피하고 반대쪽 팔 또는 허벅지를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케모포트가 심어져 있는 쪽도 마찬가지로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혈소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시기라면 접종 부위를 평소보다 오래 눌러 지혈해야 하고, 멍이 넓게 번지지 않는지 살펴봅니다.

접종한 그날 밤 열이 오르면, 가장 흔한 실수는 "어제 주사 맞아서 그렇겠지"라고 스스로 결론 내리는 것입니다. 백신 뒤 하루이틀 미열과 몸살 기운은 흔한 반응이 맞습니다. 그러나 항암 중의 발열, 특히 38도를 넘는 열은 그 자체로 응급 신호이고, 호중구감소성 발열(febrile neutropenia)인지 백신 반응인지는 집에서 체온계만으로 갈라낼 수 없습니다. 치료 시작 때 받아 둔 '이럴 때는 연락하라'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준을 받지 못했다면 접종 전에 미리 물어 두면 좋습니다.

환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봅니다. 같이 사는 가족과 자주 오가는 사람들이 독감·코로나19 백신을 맞아 두는 것은, 면역이 눌린 사람을 둘러싸 보호한다는 뜻에서 코쿠닝(cocooning)이라고 부릅니다. 가족이 생백신을 맞는 것 자체는 대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접종 후 발진이 생기면 가려 두고, 영유아가 먹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뒤 기저귀를 갈 때는 손 위생을 더 신경 쓰는 정도의 주의는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백신을 언제 어느 팔에 맞았는지 수첩이나 휴대폰에 적어 두면, 이식이나 다음 치료 단계에서 접종 계획을 다시 짤 때 그 기록이 그대로 쓰입니다.

정리하면 질문은 세 줄로 줄어듭니다. 이 백신이 생백신인가 아닌가, 내 치료 주기의 어느 날에 맞는 것이 좋은가, 열이 났을 때 나는 어떤 기준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이 세 가지를 접종 전에 확인해 두면, 계절마다 돌아오는 안내 문자가 더는 망설임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백신의 종류와 접종 시점, 금기 여부는 사용 중인 항암제와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접종 전에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