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는 하루가 길어지면, 정작 통증은 일이 끝나고 자리에 앉는 순간 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시간 동안 같은 자세를 버티던 허리 주변 근육이 그제야 긴장을 풀면서 뻐근함과 통증을 한꺼번에 보내기 때문입니다. 흔한 일이지만, 어떤 허리 통증은 조금 다른 뜻을 가지고 있어 구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 서 있는 자세는 겉보기엔 '가만히 있는' 상태지만 몸 안에서는 쉬지 않고 일이 벌어집니다. 척추를 세우는 기립근과 엉덩이·허벅지 근육이 계속 수축해 자세를 붙잡고, 근육이 오래 조여 있으면 그 안의 혈류가 줄어 피로물질이 잘 씻겨 나가지 못합니다. 딱딱한 바닥, 밑창이 얇거나 굽이 있는 신발, 배를 앞으로 내밀어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는 요추가 받는 압박을 더 키웁니다. 여기에 식사와 수분 섭취가 계속 밀리고 화장실 갈 틈도 없는 날이면 근육 피로는 더 빨리 쌓입니다.

이렇게 생기는 근육·근막성 요통(muscular/myofascial low back pain)에는 대체로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픈 부위가 허리 양옆 근육을 따라 비교적 넓게 퍼져 있고, 자세를 바꾸거나 잠깐 누우면 한결 편해지며, 하루 이틀 지나면 서서히 옅어집니다. 잠을 깨울 만큼 심해지는 경우는 드물고, 다리로 뻗치는 저림이나 힘 빠짐도 함께 오지 않습니다.

반대로 '며칠 지켜보기'보다 진료를 앞당기는 편이 나은 신호들이 있습니다. 첫째, 쉬거나 누워도 줄지 않고 밤에 오히려 심해지는 통증. 둘째, 몇 주에 걸쳐 조금씩 강해지는 통증. 셋째, 엉덩이나 다리로 뻗치는 저림·힘 빠짐, 발이 끌리는 느낌. 넷째, 소변이 잘 안 나오거나 반대로 새는 변화, 안쪽 허벅지와 회음부의 감각 저하. 다섯째, 발열이나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 여섯째, 다친 일이 없는데 갑자기 생긴 심한 통증이나 키가 줄어든 듯한 느낌입니다. 특히 배뇨·배변 변화와 회음부 감각 저하가 함께 오면 신경이 눌리는 응급 상황일 수 있어, 다음 외래를 기다리지 말고 그날 안에 진료를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암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분이라면 배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척추는 암이 옮겨가기 비교적 쉬운 자리이고, 호르몬치료나 스테로이드를 오래 쓰면 골밀도가 떨어져 큰 충격 없이도 척추 압박골절(vertebral compression fracture)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허리가 아플 때마다 전이부터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치료를 받은 몸에서도 근육통은 여전히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다만 '늘 겪던 허리 통증과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거나 위의 신호가 겹칠 때는 미루지 않고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언제부터 어떻게 아픈지, 무엇을 하면 나빠지고 무엇을 하면 나아지는지를 묻고, 다리 근력·감각·반사를 확인합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엑스선, 혈액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검사가 이어집니다. 이때 '서서 일한 지 몇 시간째부터', '앉으면 몇 분 만에 풀리는지', '밤에 깨는지'처럼 시간과 상황을 적어 가면 짧은 진료에서도 이야기가 훨씬 빨리 정리됩니다.

일상에서 허리에 걸리는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10~15cm 정도의 낮은 받침대에 한쪽 발을 번갈아 올려두면 골반의 기울기가 줄어 허리가 덜 눌립니다. 쿠션감 있는 매트와 밑창이 두툼한 신발도 도움이 되고, 30~60분마다 자세를 바꾸거나 2~3분만 걸어도 근육이 다시 순환할 틈이 생깁니다. 무거운 것을 들 때는 허리를 굽히는 대신 무릎을 굽히고, 통증이 막 생긴 하루 이틀은 냉찜질, 그 뒤로는 온찜질이 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통제를 쓸 때는 복용 중인 항암제·표적치료제와 겹치지 않는지 약사나 의료진에게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나 더, 종일 굶다가 늦은 시간에 몰아서 먹는 습관은 위산 역류와 더부룩함, 그리고 그날 밤의 수면까지 흔들어 다음 날 통증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듭니다. 근무 중 짧게라도 나눠 먹을 수 있는 간식과 물을 미리 손 닿는 곳에 두는 것이, 결국 허리를 지키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필요한 검사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판단과 치료는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