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stomach)의 암세포가 위벽을 뚫고 배 안쪽을 감싸는 얇은 막인 복막(peritoneum)에 씨앗을 뿌리듯 퍼진 상태를 복막전이(peritoneal metastasis)라고 부릅니다. 수술을 하려고 배를 열었다가 이런 작은 병변이 확인되면, 눈에 보이는 종양만 도려내도 남는 것이 많아 수술 대신 항암치료를 먼저 이어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 자리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몇 번을 맞아야 암이 줄어드느냐', 그리고 'CT에서 크기 변화가 없다는데 약을 바꿔야 하느냐'입니다.

먼저 알아둘 점은 복막전이가 다른 전이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간이나 폐로 간 전이는 대개 동그란 덩어리로 보여 지름을 재고 줄었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막에 퍼진 병변은 좁쌀처럼 작게 흩어져 있거나 막을 따라 얇게 번져 있어, CT에서 '몇 센티미터'로 또렷하게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병을 의학에서는 '측정이 어려운(non-measurable) 병변'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크기 변화가 없다'는 말이 곧 '약이 듣지 않는다'와 같은 뜻은 아닙니다.

의료진은 크기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배에 물이 차는 복수(ascites)가 줄었는지, 통증이나 입맛·체중 같은 몸의 상태가 나아졌는지, 그리고 종양표지자(CEA, CA19-9 등) 수치의 흐름을 함께 살핍니다. 여러 신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더 나빠지지 않고 붙잡아 두고 있다'는 뜻의 병세 조절(disease control)로 보기도 합니다. 반응을 처음 확인하는 시점은 흔히 2~3주기 무렵이지만, 이 한 번의 영상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약을 바꾸는 결정은 '한 번 크기가 안 줄었다'가 아니라 '분명히 진행하고 있다'는 근거가 모일 때 이뤄집니다. 처음 쓰는 조합을 1차 치료(first-line), 그다음을 2차 치료(second-line)라고 부르며, 병이 진행하거나 부작용을 견디기 어려울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위암에서는 백금계열(옥살리플라틴 등)과 5-FU 계열을 뼈대로 쓰다가, 표적·면역치료가 맞는지 확인하는 검사(HER2, PD-L1 등) 결과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복막전이에는 배 안으로 직접 항암제를 넣는 복강내항암(intraperitoneal chemotherapy)이나, 항암으로 병을 충분히 줄인 뒤 수술 가능성을 다시 따져 보는 전환수술(conversion surgery)이 연구·시도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법은 병의 범위, 전신 상태, 병원의 임상시험 여부에 따라 대상이 정해지므로, 관심이 있다면 주치의에게 '내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항암 주기와 약제 변경, 임상시험 참여 여부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