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남은 시간이 서너 달쯤"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하다가,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이별을 맞는 일이 있습니다. 남겨진 가족은 흔히 "우리가 잘못 들은 걸까", "뭔가를 놓친 걸까" 하고 스스로를 되짚습니다. 이 글은 그 숫자가 원래 어떤 성격의 정보인지, 그리고 마지막 시기에 몸이 왜 갑자기 달라지는지를 차분히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먼저 '여명'이라 부르는 기간은 한 사람에게 내려진 약속이 아니라, 비슷한 병기·비슷한 치료 경과를 보인 사람들의 자료에서 나온 중앙값(median survival)에 가깝습니다. 중앙값은 절반은 그보다 짧고 절반은 그보다 길다는 뜻이어서, 애초에 개인의 날짜를 맞히기 위한 숫자가 아닙니다. 의료진도 이 점을 알고 있기에 대개 범위로 말합니다. 다만 듣는 사람에게는 '최소한 그만큼은 남았다'로 들리기 쉽습니다.
예측이 빗나가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겹칩니다. 첫째, 오래 진료해 온 의료진일수록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다소 넉넉하게 말하는 경향이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암의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또 같은 사람 안에서도 시기마다 다릅니다. 셋째, 마지막 시기에는 암 자체보다 합병증이 흐름을 바꾸는 일이 많습니다. 장이 막히거나(장폐색), 감염이 겹치거나, 간·콩팥 기능이 급히 떨어지거나, 혈전이 생기면 예상보다 빠르게 상태가 기웁니다.
"이틀 전까지 대화도 하시고, 앉아 계셨고, 사람도 다 알아보셨는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몸속 상태가 나란히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는 생리적 예비력(physiologic reserve)이라는 여유분이 있어서, 간 기능이나 영양 상태가 나빠져도 한동안은 겉으로 티가 잘 나지 않게 버팁니다. 그러다 그 여유가 바닥나면 완만하던 곡선이 며칠 사이에 가파르게 꺾입니다. 진행성 암의 마지막 국면은 서서히 내려오는 내리막이 아니라, 평지처럼 보이다가 절벽처럼 떨어지는 모양을 자주 보입니다.
임종이 가까워질 때 흔히 나타나는 변화도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하루 중 잠자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며, 물조차 거의 넘기지 못하고, 소변량이 줄고, 손발이 차고 얼룩덜룩해지며, 숨 쉬는 간격이 불규칙해집니다. 이런 변화가 몇 주가 아니라 며칠 단위로 나타난다면 임박한 신호로 보고 의료진과 남은 시간의 계획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시간을 지날 분들께는, 숫자 자체보다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요", "어떤 변화가 보이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까요", "오늘 상태로 볼 때 남은 시간이 주 단위인가요, 달 단위인가요"처럼 변화의 내용과 단위를 묻는 방식이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여행, 만남, 하고 싶었던 말처럼 미룰 수 없는 일들은 '괜찮아 보일 때' 앞당겨 두는 편이 후회를 줄입니다.
마지막으로, 겉보기에 좋아 보이던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은 놓친 것이 아니라 다행한 일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 시간에 나눈 대화와 알아보던 눈빛은 그 자체로 온전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측이 빗나간 것은 보호자의 잘못도, 의료진의 실수도 아니며, 사람의 몸이 통계를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환자의 상태와 예후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진료를 대체할 수 없으니 구체적인 판단과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