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발진이나 두드러기 같은 뚜렷한 변화가 없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참기 어려울 만큼 가려운 일이 있습니다. 밤이 되면 더 심해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긁다가 상처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부 병변 없이 나타나는 가려움을 의학에서는 전신 가려움증(generalized pruritus)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피부 증상이지만, 원인이 반드시 피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가려움이 생길 수 있는 경로는 여러 가지입니다. 첫째, 약과 관련된 경우입니다. 일부 마약성 진통제(opioid)는 피부의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이 나오게 하거나 중추신경에 작용해 가려움을 일으킬 수 있고, 이런 반응은 용량을 올린 뒤나 다른 성분으로 바꾼 뒤에 새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부 항암제·표적치료제·항생제, 조영제도 가려움이나 피부 반응을 남길 수 있습니다. 둘째, 내과적인 원인입니다. 담즙이 잘 흐르지 못해 생기는 담즙정체(cholestasis), 콩팥 기능 저하, 갑상선 기능 이상, 빈혈이나 일부 혈액질환에서도 가려움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셋째, 단순한 피부 건조입니다. 치료 중에는 수분 섭취가 줄고 피부 장벽이 약해져 건성 습진(asteatotic eczema)처럼 가려움이 심해지는 일이 흔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시간의 단서'입니다. 언제부터 가려웠는지, 그 무렵 새로 시작하거나 용량을 바꾼 약이 있는지, 목욕 후·밤에 더 심한지, 소변 색이 진해지거나 눈 흰자가 노래지지는 않았는지를 메모해 두면 진료 시간이 훨씬 짧아집니다. 다만 진통제를 스스로 줄이거나 끊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통증 조절이 무너지면 회복과 수면 모두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약이 원인으로 의심되면 의료진과 상의해 다른 계열로 바꾸는 방법(opioid rotation)이나 가려움을 완화하는 보조 약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가려움과 함께 몸에 붉은 점이 몇 개 생겼다면 그 성격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컵이나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색이 옅어졌다가 돌아오는 점은 혈관이 확장된 것일 수 있고, 눌러도 색이 그대로 남는 점은 피부 아래 작은 출혈, 즉 점상출혈(petechiae)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항암치료 중에는 혈소판이 줄어들 수 있어, 이런 점이 늘어나거나 잇몸 출혈·코피·이유 없는 멍이 함께 보이면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나이가 들며 흔히 생기는 체리혈관종처럼 걱정할 필요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인터넷 검색으로 단정하기보다 실제로 보여드리는 편이 빠릅니다.
'피부과인가 내과인가'를 고민한다면, 암 치료를 받는 중에는 대개 주치의 진료과에 먼저 알리는 것이 순서입니다. 간기능·콩팥기능·빌리루빈·혈구 수치 같은 기본 혈액검사로 걸러낼 수 있는 원인이 많고, 그 결과에 따라 피부과 협진이 필요한지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집에서는 미지근한 물로 짧게 씻고 자극이 적은 세정제를 쓰기,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기, 실내를 너무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기, 헐렁한 면 옷 입기, 손톱을 짧게 깎고 긁는 대신 찬 수건을 잠시 대기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됩니다. 항히스타민제를 임의로 사 먹기보다는, 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과 졸림 부작용을 함께 살펴 처방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연락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보일 때, 소변이 콜라색처럼 진해질 때, 열이 나거나 오한이 있을 때, 붉은 점이 빠르게 늘어나거나 출혈이 멎지 않을 때, 물집이 잡히거나 피부가 벗겨지고 입안 점막까지 헐 때, 얼굴이나 입술이 붓고 숨이 찰 때입니다.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의 원인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판단과 약 조절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