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우리 몸에 들어온 여러 물질을 걸러 내는 '정수장' 같은 일을 합니다. 특히 장 속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만들어 내는 암모니아(ammonia) 같은 노폐물을 처리하는 역할이 큽니다. 그런데 간경변(cirrhosis)이나 간의 큰 수술, 종양처럼 간이 감당할 여력이 줄어들면 이런 물질이 미처 걸러지지 못하고 혈액에 쌓입니다. 이 물질들이 뇌에 영향을 주어 생각과 의식이 흐려지는 상태를 간성뇌증, 흔히 '간성혼수(hepatic encephalopathy)'라고 부릅니다.

증상은 아주 가벼운 것부터 심한 것까지 폭이 넓습니다. 처음에는 낮과 밤이 뒤바뀌거나, 평소와 달리 말수가 줄고 집중이 안 되거나, 계산이나 글씨가 서툴러지는 정도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손을 앞으로 뻗어 손등을 세우면 새가 날갯짓하듯 파닥이는 떨림(퍼덕떨림, asterixis)이 보이기도 합니다. 더 진행되면 사람을 잘 못 알아보고, 엉뚱한 말을 하며, 자꾸 잠에 빠지고, 심하면 깨워도 반응이 흐려집니다.

이런 변화를 노화나 치매(dementia)로 오해하기 쉽지만, 간성뇌증은 하루에도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고 간 기능·유발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다릅니다. 변비, 탈수, 감염, 위장관 출혈, 일부 약, 전해질 불균형, 갑자기 많은 단백질 섭취 등이 방아쇠가 되어 갑자기 나빠질 수 있습니다.

치료의 큰 원리는 '몸에 쌓인 암모니아를 줄이는 것'입니다. 병원에서 관장을 하거나 락툴로오스(lactulose) 같은 유당류 하제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약은 장을 산성으로 만들고 배변을 늘려, 암모니아가 몸에 흡수되기 전에 밖으로 빠져나가게 돕습니다. 필요하면 리팍시민(rifaximin) 같은 항생제로 암모니아를 만드는 장내 세균을 줄이기도 하고, 변비·감염 같은 유발 요인을 함께 바로잡습니다. 원인을 잘 다스리면 상당 부분 회복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만큼 간이 힘겨워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집이나 병동에서 곁을 지키다가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거나, 시간·장소를 헷갈려 하거나, 유난히 잠이 늘고 깨우기 어려워지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을 먹였는지, 변은 며칠 만에 보았는지, 최근 열이나 다른 증상은 없었는지 함께 전하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과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구체적인 판단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