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받다 보면 식사 시간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정성껏 상을 차려 놓고도 마주 앉을 사람이 없어 '혼자 먹기 아깝다'는 마음이 들거나, 반대로 입맛이 없어 몇 술 뜨다 마는 날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순간에 찾아오는 외로움은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회복하는 몸과 마음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요소로 여겨집니다.
사람에게 '함께 먹기(commensality)'는 오래된 사회적 행위입니다. 누군가와 마주 앉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그 리듬에 맞춰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먹게 됩니다. 반대로 혼자 먹을 때는 식사가 짧아지고 반찬 가짓수가 줄며, 국에 밥을 말아 대충 넘기는 식으로 단조로워지기 쉽습니다. 치료 중에는 입원, 서로 다른 생활 리듬, 감염 위험을 낮추려는 조심스러움, 혼자 사는 환경 등으로 '혼밥'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은 최근 건강과 관련해 점점 더 주목받는 주제입니다. 외로움이 길어지면 식욕과 기분, 수면, 활동량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잘 먹고 힘을 내야 하는 회복기에 걸림돌이 되곤 합니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조용히 나를 돌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다만 '원치 않는데도 자꾸 혼자가 되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그 마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혼자 먹는 밥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상을 정갈하게 차리고 좋아하는 그릇을 쓰는 것만으로도 식사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식사 시간에 맞춰 가족이나 벗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오늘 차린 밥상 사진을 나누는 것도 '함께 먹는' 감각을 되살려 줍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두면 조용한 식탁이 덜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번에 많이 못 드신다면 적은 양을 자주, 손이 가는 반찬 위주로 준비해 부담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음이 힘들 때는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이름 붙여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좀 외롭구나' 하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를 지나는 환우 모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일도 큰 위로가 됩니다.
다만 외로움이 며칠씩 이어지는 우울감으로 번지거나, 매사에 흥미가 사라지고, 여러 날 거의 먹지 못하거나 잠들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의료진에게 알리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면 상담이나 정신건강 지원(정신종양, psycho-oncology)을 연결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나 전문가의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가 걱정된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