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배 속 깊은 곳에서 대동맥·문맥(portal vein)·상장간막동맥(superior mesenteric artery) 같은 굵은 혈관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종양이 이런 혈관을 감싸거나 눌러 붙어 있으면, 진단 당시에는 「지금 바로 떼기는 어렵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수술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니라, 얼마나 혈관을 침범했는지에 따라 절제 가능성을 몇 단계로 나눈다는 점입니다.

의료진은 흔히 절제 가능(resectable), 경계성 절제 가능(borderline resectable), 국소진행(locally advanced), 전이성(metastatic)으로 상태를 구분합니다. 종양이 혈관을 조금 스치듯 닿아 있으면 경계성, 넓게 감싸고 있으면 국소진행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구분은 「칼을 대었을 때 암을 남김없이, 안전한 여유를 두고 떼어낼 수 있는가」라는 외과적 판단과 연결됩니다.

혈관을 물고 있어 당장 수술이 어려울 때 먼저 항암치료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수술 전에 하는 항암(선행항암, neoadjuvant chemotherapy)으로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혈관과의 간격을 벌리면, 처음에는 어려웠던 수술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항암으로 상태를 바꿔 수술로 이어가는 것을 '전환 수술(conversion surgery)'이라고 부릅니다.

CT에서 크기가 줄었는데도 의료진이 「몇 차례 더 하고 결정하자」고 권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항암을 조금 더 이어가면 종양을 최대한 더 줄여 깨끗한 절제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그 사이 암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는지(암의 성질)를 지켜보며, 큰 수술을 견딜 몸 상태를 다듬는 시간도 벌 수 있습니다. 큰 수술일수록 '가장 좋은 시점'을 고르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또 CT 같은 영상은 종양과 혈관의 관계를 완벽히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최종 수술 여부는 영상, 종양표지자, 환자의 전신 상태를 함께 놓고 외과·종양내과·영상의학과가 모여 상의하는 다학제 논의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 수술은 규모가 큰 만큼, 다른 병원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는 것(2차 소견)도 무리한 일이 아니며, 수술 경험이 많은 곳에서 결정과 수술을 이어가는 것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 이야기가 나온 것은 반가운 신호이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궁금한 점은 목록으로 적어 담당 의료진에게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