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일찍 떠지는 날이 있다. 병을 안고 살다 보면 잠이 얕아져서, 아직 어둑한 시간에 멀뚱히 천장을 보게 되는 거다. 그럴 때 나는 거창한 기도를 하지 못한다. 그냥 "오늘 하루도 무사히, 그리고 옆 사람한테 짐이 되지 않게" 정도. 짧다. 근데 막상 그 한 줄이 마음을 꽤 단단하게 잡아준다.

아프고 나서 자꾸 욕심이 생기더라. 빨리 낫고 싶고, 남들보다 좋은 결과를 받고 싶고, 내 기도가 먼저 응답받았으면 싶고. 사람 마음이니까 당연하다 싶다가도, 어느 순간 그게 나만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걸 알았다. 같은 병실, 같은 카페에 모인 사람들이 다 똑같이 힘든데, 나는 내 차례만 보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요즘은 기도의 방향을 살짝 바꿔본다. 나 좋자고 비는 게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한테 따뜻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솔직히 이게 더 어렵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같이 쪼그라들어서, 친절은커녕 짜증부터 나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을 위해 한 줄 보태면 내 속이 먼저 풀린다. 받으려고만 할 때보다 훨씬.

아무리 좋은 걸 가져도 그 안에 사랑이 없으면 그저 시끄러운 소리에 불과하다는 옛 말이 있다. 처음 들었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아파 보니 그 말이 진짜였다. 누가 나한테 멋진 위로의 말을 길게 늘어놓아도, 그 말에 진심이 없으면 하나도 안 들린다. 반대로 말없이 손 한 번 잡아주는 사람이 며칠을 버티게 해준다.

그러니 오늘 아침 묵상은 길 필요가 없다. 욕심을 한 칸 줄이고, 그 자리에 옆 사람을 한 명 들이는 것. 그거면 충분한 하루다. 특별한 방법이나 비법 같은 건 없다. 그냥 마음의 결을 조금 부드럽게 두는 연습일 뿐이다.

이 글은 같은 길을 걷는 분들과 마음을 나누려고 적은 것이지, 어떤 치료법이나 특정 신앙을 권하려는 게 아니에요. 부담 없이 읽고, 본인 페이스대로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