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내가 가슴에서 뭔가 잡힌다고 했다. 전에는 만져진 적 없던 단단한 멍울.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주 짧게 머릿속이 하얘졌다. 1초나 됐을까. 설마 하면서도 가슴이 철렁했다. 다음 날 바로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조직검사를 받고 며칠 뒤, 아내는 결과를 들으러 혼자 병원에 갔다.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휴대폰에 메시지가 떴다. "유방암이래."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일을 멈추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열자 아내가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을 나는 아마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진단은 침윤성 유관암, 크기는 1센티도 안 되는 작은 종양이었다. 주변에서는 다들 비슷한 말을 했다. 유방암은 수술만 하면 괜찮다고, 요즘 워낙 잘 고친다고. 처음엔 나도 그 말에 기대어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병원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 글이며 영상이며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하니, 알면 알수록 무서워졌다. 그때부터가 진짜 고비였다.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하루 네 시간도 못 자고 뒤척였고, 심장이 괜히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면서도 집안일이며 요리며 청소며 전부 내가 떠맡았다. 아내가 조금이라도 덜 흔들렸으면 해서. 회사에 나가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멀쩡한 척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검사를 다 마치고 교수님을 다시 만났다. 한쪽 가슴에 암이 여러 군데 퍼져 있어서 전절제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호르몬 양성으로 보이고, 림프절로 번졌는지는 수술하고 나서야 알 수 있다고. 결국 로봇으로 전절제와 동시 재건을 함께 하는 수술로 날짜가 잡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오히려 불안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막연하게 떠다니던 두려움이 '이날 이 수술'이라는 구체적인 일이 되니까, 그제야 발을 디딜 땅이 생긴 기분이었다.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다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두서없이 긴 글을 끄적여 본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매일 빌고 있다. 같은 길을 걷는 분들이 계실 텐데, 다 잘될 거라고, 우리 할 수 있다고 서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건 어디까지나 한 보호자의 이야기일 뿐이니, 진단이나 치료에 관한 결정은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