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기수가 어떻고 타입이 어떻고 하는 의학 용어가 쏟아지는데, 막상 한참 지나서야 "그럼 치료비는?" 하는 현실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제야 내가 든 보험이 뭘 어디까지 책임져 주는지를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가족 중 누군가 유방암을 겪게 된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실비 하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하는 거다.
유방암 치료비는 어디서 끊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분 절제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암이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군데 퍼져 있는 다발성이면 전체를 들어내는 전절제를 권하기도 한다. 요즘은 흉터를 줄이려고 로봇을 쓰는 수술이 늘었고, 가슴을 다시 만드는 재건을 같은 수술 때 한꺼번에 하는 동시 재건도 흔해졌다. 문제는 이런 비급여 항목들이 붙으면 수술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나온다는 점이다. 들어보면 깜짝 놀랄 액수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게 실손의료보험(흔히 실비)이다. 실비는 가입 시기에 따라 보장 한도와 자기부담 비율이 제각각인데, 오래된 1세대 실비는 한도가 의외로 작게 잡혀 있는 경우가 있다. 수술비가 한도를 훌쩍 넘기면 나머지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된다. 게다가 비급여 항목은 실비에서 일부만 잡히거나 약관에 따라 빠지기도 한다. "실비 있으니 괜찮겠지" 하고 안심했다가 청구 단계에서 당황하는 분이 많은 이유다.
그래서 암 진단을 받은 뒤 진짜 힘이 되는 건 따로 가입해 둔 암보험인 경우가 많다. 진단만으로 목돈이 나오는 진단비형, 종합병원에서 받은 통합 치료비를 비급여까지 묶어 연 단위 한도로 보장하는 형태 등 종류가 다양하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같은 수술이라도 "로봇 전절제와 동시 재건을 함께 했을 때만" 보장된다거나, 재건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전절제 부분만 청구된다는 식으로 조건이 까다롭게 걸려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수술 방식을 정하기 전에 보험사에 정확히 어떤 조합이 보장되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게 좋다. 병원이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다.
실제로 챙겨두면 좋은 건 이런 것들이다. 첫째, 수술 날짜를 잡았다면 그 전에 가입한 모든 보험의 약관을 꺼내 보장 항목과 한도를 표로 정리해 본다. 둘째, 비급여 영수증과 진료비 세부 내역서는 빠짐없이 받아두고, 입원·수술 확인서도 미리 떼어둔다. 셋째, 보험사 콜센터에 수술명과 코드를 그대로 불러주며 "이 케이스 보장되나요"를 통화 녹취가 남는 방식으로 물어보면 나중에 분쟁이 줄어든다. 이 작은 준비들이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혀 준다.
자식 키우느라 한창 돈 들어갈 나이에 큰 병이 찾아오면 마음이 두 배로 무겁다. 그래도 보험 정리를 미리 해두면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미 진단을 받은 가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가입한 보험을 한 번 점검해 보시길. 수술 잘 마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참고로 보험 보장 범위와 청구 가능 여부는 가입 상품과 약관마다 다르니, 구체적인 건 꼭 본인 보험사와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