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면 영어 약자가 빼곡한데, 정작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다른 질문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제 뭘 먹어야 하지?" 호르몬 수용체가 강하게 양성으로 나온 유방암이라면 더 그렇다. 여성 호르몬에 반응하는 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콩이며 두유며 평소 잘 먹던 음식까지 다 끊어야 하나 싶어 손이 멈춘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까지 겁먹지 않아도 된다.

가장 많이 묻는 게 콩이다. 콩에 든 이소플라본이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하다고 해서 한동안 기피 대상이 됐는데,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본 연구들에서는 두부, 된장, 두유처럼 일상적으로 먹는 양의 콩 식품이 재발 위험을 올린다는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 식습관의 일부라면 굳이 끊을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추세다. 다만 알약 형태로 농축한 이소플라본 보충제는 얘기가 다르다. 음식으로 먹는 것과 고용량 캡슐을 삼키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 보충제는 주치의와 상의 없이 손대지 않는 게 안전하다.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입맛부터 바뀐다. 항암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엔 메스꺼움 때문에 냄새가 강한 음식이 더 부담스럽고, 입안이 헐어서 매운 것, 뜨거운 것이 따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땐 거창한 보양식보다 한 숟갈이라도 넘어가는 게 먼저다. 미지근하게 식힌 죽, 부드러운 달걀, 으깬 감자, 바나나처럼 자극 없는 것들로 끼니를 잘게 나눠 자주 먹는 편이 낫다. 물도 한 번에 벌컥 마시기보다 하루 종일 조금씩 가까이 두고 마시면 속이 덜 울렁거린다.

호르몬 차단제를 오래 복용하게 되면 체중과 뼈 건강이 새로운 숙제로 떠오른다. 약을 먹으면서 살이 붙는 분이 적지 않은데, 체중이 늘면 그 자체가 예후에 좋지 않게 작용한다는 점은 꽤 일관되게 나온다. 그렇다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라는 뜻은 아니고, 정제된 탄수화물과 단 음료를 줄이고 채소·통곡물·콩류·생선 위주로 접시를 채우는 정도면 충분하다. 칼슘과 비타민D는 약 때문에 약해지는 뼈를 받쳐주니 유제품, 멸치, 두부, 적당한 햇볕을 꾸준히 챙기면 좋다.

술은 양에 비례해서 유방암 위험을 올린다는 자료가 많아서, 끊거나 정말 가끔으로 줄이는 게 마음이 편하다. 반대로 무슨 항암 효능이 있다는 즙이나 가루, 비싼 건강식품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막상 들여다보면 근거가 빈약하거나, 먹는 약과 부딪쳐 간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한 가지보다, 평범한 밥상을 끝까지 유지하는 힘이 훨씬 세다.

적고 보니 결국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다. 다양하게, 적당히, 너무 가공되지 않은 것으로. 그래도 몸 상태와 약, 병기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내 경우에 정확히 맞는 답은 주치의와 영양상담실에서 확인하는 게 맞다. 여기 적은 건 참고용일 뿐, 오늘 저녁 메뉴를 함께 고민하는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