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수술을 해봐야 정확한 기수와 타입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멍해집니다. 검사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 아직도 모른다고? 싶은 거죠. 사실 이건 의사가 대충 말하는 게 아니라, 유방암이라는 병이 원래 그렇게 확인되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수술 전에 나오는 건 어디까지나 '추정', 수술 후에 나오는 건 '확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거예요.
수술 전에는 영상검사와 조직검사로 그림을 그립니다. 초음파나 MRI, 유방촬영으로 종양이 몇 개인지, 어디까지 번져 보이는지를 보고, 바늘로 떼어낸 작은 조직으로 암이 맞는지를 확인하죠. 다발성으로 퍼져 있다거나 림프절이 깨끗해 보인다는 말도 다 이 단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영상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이에요. 미세하게 흩어진 암세포나 눈에 안 잡히는 작은 림프절 전이는 화면에 안 보일 수 있어서, 수술 전 검사를 한 번 더 하자는 건 오히려 꼼꼼히 챙기겠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진짜 답은 떼어낸 조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다음에 나옵니다. 이걸 병리검사라고 하는데요. 종양의 실제 크기가 몇 센티인지, 가장자리에 암이 남았는지, 함께 떼어낸 림프절 안에 전이가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합니다. 이 결과들을 합쳐서 비로소 '몇 기'라는 병기가 정해져요. 그래서 수술 전에 1기일 것 같다고 들었다가, 막상 림프절에서 미세전이가 나오면 기수가 올라가기도 하고, 반대로 생각보다 깨끗해서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 타입, 그러니까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지 HER2가 어떤지 하는 것도 이 조직으로 검사합니다. 바늘로 떼어낸 작은 조직에서 1차로 보긴 하지만, 수술로 종양 전체를 확보하면 더 정확하게, 또 떼어낸 부위마다 성질이 다르진 않은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이 타입이 앞으로 항암을 할지, 호르몬 약을 쓸지, 표적치료를 더할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라서 시간을 들여 꼼꼼히 보는 겁니다.
로봇으로 전절제를 한다고 들으셨다면, 미세하게 흩어진 부위까지 안전하게 정리하려는 판단일 가능성이 큽니다. 막상 수술 날짜를 받아놓고 나면 '왜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떼야 하나' '왜 아직 기수도 모르나'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잖아요. 그럴 땐 메모지에 궁금한 걸 그냥 다 적어 가세요. 다발성이라 절제 범위를 어떻게 잡는지, 병리 결과는 보통 며칠 뒤에 나오는지,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치료가 어떻게 갈라지는지 — 이런 건 물어보면 다 설명해 주는 부분입니다.
마음 졸이는 시간이 제일 힘들다는 거, 잘 압니다. 다만 정확한 병기와 타입, 그리고 치료 방향은 꼭 수술 후 병리 결과를 들고 주치의와 직접 상의해서 정하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