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을 받고 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보통 '항암'이더라고요. 머리 빠지고 토하고 몇 달을 끙끙 앓는 그 장면. 그런데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 보면 "이 경우는 항암은 안 해도 됩니다"라는 말을 듣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유방암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사실 요즘은 "어떻게든 다 때려넣자"보다 "이 사람한테 정말 필요한 치료만 골라서 하자" 쪽으로 흐름이 많이 바뀌었어요.

유방암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눠서 봐요. 호르몬 수용체(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에 반응하는 타입, HER2라는 단백질이 많이 나오는 타입, 그리고 셋 다 음성으로 나오는 삼중음성. 이 분류가 중요한 이유는 타입마다 잘 듣는 무기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호르몬 양성이면 항호르몬제, HER2 양성이면 표적치료제, 삼중음성은 상대적으로 항암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유방암'이라도 누구는 알약 한 알, 누구는 주사, 누구는 본격 항암으로 갈리는 거죠.

흔히 오해하는 게 "호르몬 양성에 1cm 미만만 항암을 빼고 나머지는 전부 한다"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칼로 자르듯 정해지지 않아요. 호르몬 양성이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거나 적은 경우엔, 종양에서 유전자 검사(흔히 온코타입이나 맘마프린트라고 부르는 것)를 돌려서 재발 위험 점수를 봅니다. 점수가 낮게 나오면 항암을 더해도 이득이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항호르몬 치료만 받고 항암은 건너뛰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폐경 전후냐, 나이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해석이 또 조금씩 달라지고요.

림프절 전이가 있으면 무조건 항암이냐, 이것도 옛날 공식이에요. 전이된 림프절이 몇 개냐, 종양 크기와 등급은 어떤가, 유전자 점수는 또 어떤가를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림프절에 살짝 걸렸어도 위험도가 낮게 나오면 항암을 안 하기도 하고, 반대로 전이가 여럿이면 호르몬 양성이라도 항암을 권하는 쪽으로 기울죠. HER2 양성은 표적치료가 워낙 효과가 좋아서 항암제와 묶어 쓰는 게 보통이고, 삼중음성은 안타깝게도 표적이나 호르몬으로 잡을 손잡이가 없어서 항암이 중심이 되는 편입니다. 다만 아주 작고 림프절도 깨끗한 초기 삼중음성이라면 강도를 낮추거나 범위를 조정하기도 해요.

그래서 "내가 항암을 하느냐 마느냐"는 검사 결과가 전부 모인 다음에야 비로소 윤곽이 잡힙니다. 조직검사로 타입을 확인하고, 영상으로 크기와 전이를 보고, 필요하면 유전자 검사까지 더해서요. 진료 때 무턱대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제 경우는 왜 이렇게 정해졌는지" 차근차근 물어보세요. 같은 질문을 두 번 세 번 해도 됩니다. 치료 방향이 내 몸 얘긴데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궁금한 건 메모해 갔다가 하나씩 풀고 오는 것도 추천해요.

여기 적은 건 큰 흐름일 뿐이고, 실제 치료 결정은 본인 검사 수치와 주치의 판단이 우선입니다. 막연한 두려움보다 정확한 내 정보로 이야기 나누는 게 마음도 한결 가벼워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