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소화가 안 되는 줄 알았다. 밥 먹고 나면 더부룩하고, 등 한가운데가 은근히 뻐근했는데 그게 몇 달을 갔다. 별일 아니겠지 하다가 결국 병원에 갔는데 피검사에서 종양표지자 수치가 정상 범위를 한참 넘겨 나왔다. 추가 검사를 거치면서 췌장에 문제가 있고, 2기 정도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게 어떤 느낌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른 장기로 번진 흔적이 보이지 않아 칼을 댈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는 점이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수술 방식은 췌장 머리 쪽을 들어내는 큰 수술이었고, 끝나기까지 일곱 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회복은 솔직히 더뎠다. 빨리 좋아질 거라고 기대했다가 몸이 마음만큼 안 따라줘서 답답한 날도 많았다. 그래도 조금씩, 정말 조금씩 나아졌고 수치도 처음 그 높던 데서 점점 떨어져 지금은 안정 범위에 들어왔다. CT에서도 아직 재발 소견은 없다.

막상 진단을 받고 나니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게 "그 유명한 큰 병원들로 가야 하나"였다. 나도 처음엔 서울의 이름난 병원 몇 군데를 부랴부랴 찾아다녔다. 가족들도 다 거길 권했고. 근데 발품을 팔수록 좀 다른 생각이 들더라.

환자가 워낙 몰리는 곳이다 보니, 교수님 한 분이 내 사정을 일일이 기억하고 챙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래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해 봐주시지만 그건 시스템의 한계지 누구 잘못은 아니다. 수술 잡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진료실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이었다. 그게 나한테는 좀 불안했다.

그러다 지역 대학병원 쪽도 알아봤는데, 의외였다. 교수님 이력을 보면 결국 그 큰 병원들에서 수련받고 같은 학교 나온 분들이 많았다. 특수한 케이스만 아니라면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도 얼마든지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걸, 직접 비교해보고서야 알았다. 이름값에 끌려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내 상태를 누가 가장 먼저 봐주고 망설임 없이 수술로 끌고 가주느냐가 나한테는 더 중요했다. 그 기준으로 골랐고, 결과적으로 수술도 빨리 잡혔고 입원해 있는 동안 세심하게 봐주셨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애매한 증상이라도 자꾸 미루지 마시라는 것. 나도 몇 달을 끌었는데 더 늦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검사부터 받아보시길. 같은 고민으로 밤잠 설치는 분들께 작은 참고라도 되면 좋겠다. 다들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경험담이라, 치료나 병원 선택은 꼭 주치의와 상의해서 정하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