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사를 몇 차례 맞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평소 같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계단 몇 칸 오르는데 숨이 차고,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기운이 쭉 빠지죠. 폐암 치료를 받으시던 한 분은 "원래 산 잘 타던 사람이었는데, 마트 한 바퀴 도는 것도 벅차더라"고 하셨어요. 이게 게을러져서가 아니라, 항암제가 골수에서 적혈구 만드는 기능을 같이 눌러버려서 생기는 빈혈, 그리고 치료 자체가 몸에 주는 피로가 겹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빈혈과 피로는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원인이 조금씩 달라요. 적혈구가 줄면 산소를 실어 나르는 힘이 떨어지니까 숨이 차고 어지럽고 얼굴이 창백해지죠. 반면 항암 피로는 잠을 자도 회복이 안 되는 게 특징이에요. 거기에 입맛이 없어서 잘 못 먹고, 폐 기능 자체가 떨어진 상태라 호흡이 더 가쁘게 느껴지면서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그냥 피곤한 거겠지" 하고 넘기기보다, 어느 정도인지 자기 몸을 관찰해 두는 게 좋아요. 평소엔 멀쩡하던 일이 갑자기 힘들어졌다면 그건 신호로 봐야 합니다.

생활에서 해볼 수 있는 건 의외로 단순한 것들이에요. 하루를 통째로 쉬려 하기보다, 기운이 그나마 도는 시간대에 꼭 해야 할 일을 몰아서 하고 나머지는 짧게 쪼개 쉬는 식이 훨씬 덜 지칩니다. 누워만 있으면 오히려 근육이 빠져서 더 처지니까, 무리 안 가는 선에서 집 안 걷기나 천천히 산책 정도는 이어가는 게 도움이 돼요. 철분이 풍부한 살코기, 달걀, 콩, 시금치 같은 음식을 조금씩 자주 드시고, 한 번에 많이 못 먹겠으면 끼니를 여러 번으로 나눠도 괜찮아요. 빈 속이 길어지면 기운이 더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건, 빈혈이 심해지면 생활습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에요. 혈색소 수치가 많이 떨어지면 수혈을 하거나 적혈구 생성을 돕는 주사를 쓰기도 하는데, 이건 정기 혈액검사로 확인하면서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그러니 진료 때 "요즘 숨차고 어지러운 정도"를 구체적으로 말해 두세요. "조금 피곤해요" 한마디로는 의료진도 얼마나 심한지 가늠하기 어려워요. 계단에서 멈춰 쉬게 됐다든지, 빨래 너는 동안 숨이 찼다든지, 일상의 변화를 그대로 전하는 게 가장 정확한 정보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하게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거나 숨쉬기가 눈에 띄게 힘들어지면 다음 진료를 기다리지 말고 바로 병원에 연락하시는 게 안전해요. 피로라는 게 참고 견디는 게 미덕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항암 중에는 그렇지 않아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솔직하게 알리는 게 치료를 끝까지 잘 받는 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일 뿐이고, 본인 상태에 맞는 건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