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치료를 마치고 한숨 돌릴 때쯤, 의사 선생님한테 꼭 듣는 말이 있어요. "이제 담배랑 술은 정말 끊으셔야 합니다." 처음엔 그게 그냥 의례적인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막상 이유를 알고 나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입안, 혀, 목, 후두 같은 곳에 생기는 두경부암은 흡연과 음주가 직접 닿는 통로에서 자라거든요. 치료로 암 덩어리는 없앴어도, 그 통로에 계속 담배 연기와 술이 지나가면 멀쩡해 보이던 점막에서 또 새로운 암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서운 건 둘이 같이 갈 때예요. 담배만 피울 때, 술만 마실 때보다 둘을 동시에 하면 위험이 그냥 더해지는 게 아니라 곱하기로 뛰어오릅니다. 술이 점막을 살짝 헐게 만들어서 담배 속 발암물질이 더 깊이 스며들게 하거든요. 한 분이 "치료받느라 그 고생을 했는데 또 재발하면 그땐 정말 못 버틸 것 같다"고 하시던데, 사실 그 두려움이 금연·금주의 가장 솔직한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끊어야지" 결심만으로 끊어지면 누가 고생을 하겠어요. 담배는 의지로 버티기보다 도움을 받는 쪽이 훨씬 성공률이 높습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이나 병원 금연 상담은 거의 무료로 운영되고, 니코틴 패치나 껌, 먹는 약까지 같이 처방받을 수 있어요. 금단 증상이 확 줄어드니까 "독하게 버티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한 번에 끊는 게 어렵다면 흡연 일기를 며칠 써보는 것도 의외로 효과가 좋아요. 언제 가장 피우고 싶은지를 알면, 그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물을 마시는 식으로 손과 입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거든요.

술은 또 술대로 요령이 있습니다. 두경부암 치료 후에는 입이 마르고 목 넘김이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술은 이걸 더 악화시켜요. 회식 자리에서 매번 "왜 안 마셔" 소리 듣는 게 스트레스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치료 중이라 끊었다"고 한 번 말해두는 편이 편합니다. 무알코올 음료나 탄산수를 손에 들고 있으면 권하는 술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고요. 집에 술을 아예 안 두는 것, 마시고 싶을 때 5분만 다른 일을 해보는 것, 이런 작은 장치들이 쌓이면 생각보다 멀리 갑니다.

금연·금주가 재발만 막는 것도 아니에요. 끊고 나면 입맛이 돌아오고, 잠이 깊어지고, 방사선 치료로 예민해진 점막이 회복되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정기 검진 때 의사 선생님이 목 안을 들여다볼 때마다 "깨끗하네요" 소리를 듣는 그 안도감, 그게 결국 끊어낸 시간들의 보상이거든요. 며칠 다시 피우거나 한두 잔 마셨다고 "역시 난 안 돼" 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다시 시작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끊는 건 한 번의 결심이 아니라 여러 번의 다시 시작으로 완성되니까요.

여기 적은 건 일반적인 이야기라, 본인 치료 경과나 약 복용 상황은 꼭 주치의와 상의해서 결정하시는 게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