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수술 이야기를 들으면 다들 암 걱정부터 하시는데, 막상 회복기에 들어서면 진짜 고민은 따로 있어요. 밥을 먹어도 자꾸 배가 더부룩하고 변이 묽거나 둥둥 뜨고, 혈당은 또 들쭉날쭉. 췌장이라는 장기가 소화효소도 만들고 인슐린도 만드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던 곳이라, 그 일부가 사라지면 소화와 혈당 두 군데가 한꺼번에 흔들리거든요. 그래서 수술 자체보다 그 뒤의 관리가 사실상 더 길고 중요한 싸움이 됩니다.

먼저 소화 쪽부터 보면, 췌장 효소가 부족해지면 지방을 제대로 못 쪼개요. 그러면 변이 기름기 돌면서 물 위에 뜨고, 냄새가 독해지고,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됩니다. 이게 단순히 불편한 걸 넘어서 영양을 흡수 못 한다는 신호라 몸무게가 쭉쭉 빠지기도 하고요. 이럴 때 쓰는 게 소화효소제(췌장효소 보충제)인데, 핵심은 '식사할 때 같이'입니다. 밥 다 먹고 한참 뒤에 따로 챙겨 먹으면 음식이랑 섞이질 못해서 효과가 반토막 나요. 한 끼를 길게 나눠 드시면 중간에 한 알 더 보태기도 하고요. 용량은 사람마다 음식마다 다르니 주치의가 정해준 선에서 시작해 증상 보고 조정하는 게 맞습니다.

혈당은 또 결이 좀 다릅니다. 췌장에서 인슐린 만드는 세포가 줄면 당뇨가 오는데, 이건 흔히 아는 2형 당뇨랑 성격이 살짝 달라요. 인슐린뿐 아니라 혈당을 올려주는 글루카곤도 같이 부족해질 수 있어서, 혈당이 위로도 튀고 아래로도 뚝 떨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무조건 적게 먹어서 혈당을 누르는 식으로 가면 저혈당으로 식은땀 흘리며 고생하기 딱 좋아요. 끼니를 거르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탄수화물 양을 한 번에 몰아 먹지 않고 고르게 펴서 드시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

식단으로 보면 의외로 '무조건 기름 빼기'가 정답은 아니에요. 지방 흡수가 안 된다고 기름을 다 끊어버리면 살이 더 빠지고 기운이 없어집니다. 효소 보충을 받쳐주면서 적당량의 지방은 챙겨 먹어야 칼로리가 유지돼요. 대신 한 번에 폭식하기보다 하루를 다섯에서 여섯 끼로 잘게 쪼개는 게 위에도 편하고 혈당에도 좋습니다. 술은 췌장에 직접 부담이라 되도록 멀리하시고, 비타민 같은 지용성 영양소(A·D·E·K)는 흡수가 잘 안 되니 채혈 검사로 가끔 확인해서 부족하면 보충하는 게 좋습니다.

처음 몇 달은 음식 하나하나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록하듯 살펴보세요. 어제는 괜찮던 음식이 오늘은 속을 뒤집기도 하고, 효소제 한 알 더 보탰더니 변이 멀쩡해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메모해두면 진료 때 의사한테 설명하기도 훨씬 수월하고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한 달 단위로 천천히 자기 몸의 패턴을 찾아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일 뿐이라, 효소제 용량이나 혈당약 조절은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서 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