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머리 쪽에 암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나면, 의사 입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휘플(Whipple) 수술'이다. 정식 이름은 췌두십이지장 절제술인데, 발음이 어려워서 다들 그냥 휘플이라고 부른다. 이름만 들으면 췌장 한 군데만 떼는 줄 알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췌장 머리는 십이지장, 담관, 쓸개와 마치 한 덩어리처럼 붙어 있어서, 암이 있는 췌장 머리를 떼려면 그 주변 장기까지 같이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큰 수술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떼는 부위를 보면 췌장 머리, 십이지장 전체, 쓸개, 담관 아래쪽, 그리고 위의 일부나 위 출구 쪽이 들어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렇게 많이 떼고 어떻게 사나" 싶은데, 핵심은 떼고 나서 다시 잇는 작업이다. 남은 췌장과 소장을 연결하고, 담관도 소장에 새로 붙이고, 위도 다시 소장에 이어준다. 한 사람 배 안에서 길을 세 갈래나 새로 내는 셈이라, 수술 시간이 길고 집도하는 쪽도 신경을 많이 쓴다. 한 지인은 수술 끝나고 회복실에서 "내 뱃속 지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더라"라며 웃었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막상 수술보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회복 과정인 경우가 많다. 가장 흔히 신경 쓰는 합병증이 췌장과 소장을 이은 부위에서 췌장액이 새는 것(췌장루)이다. 그래서 수술 후 배에 가느다란 배액관을 꽂아두고 며칠씩 색과 양을 본다. 처음엔 이 줄이 거추장스럽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새는지를 미리 잡아내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놓인다. 위 비우는 기능이 한동안 느려져서 음식이 잘 안 내려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시간이 지나면 대개 천천히 풀린다. 조급해하지 않는 게 오히려 약이다.
퇴원하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 진짜 적응이 시작된다. 췌장 일부가 사라졌으니 소화효소가 부족해서 기름진 걸 먹으면 설사하거나 속이 더부룩해진다. 이걸 도와주려고 효소제를 식사 때마다 챙겨 먹게 되는데, 약을 거르면 바로 표가 난다고들 한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적은 양을 하루 대여섯 번 나눠 먹는 게 편하고, 처음엔 죽이나 부드러운 음식부터 시작해 몸 상태를 보며 늘려간다.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부분까지 영향을 받으면 혈당이 출렁여 새로 당뇨 관리를 시작하는 분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니 본인 몸이 보내는 신호를 기록해두면 진료 때 큰 도움이 된다.
회복 기간은 보통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본다. 처음엔 집 안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숨이 차지만, 그 짧은 산책이 장 운동을 깨우고 폐렴 같은 합병증을 줄여준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걷는 양을 늘려가는 게 핵심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오늘은 좀 덜 힘드네"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작은 변화를 알아채는 게 회복을 버티는 힘이 되더라.
이 글은 췌장암과 휘플 수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드리려고 쓴 일반적인 정보예요. 떼는 범위나 회복 속도, 약 복용은 사람마다, 병원마다 다르니 자세한 건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