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생리가 뚝 끊긴다. 원래 폐경은 사오십 대를 지나며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오는 변화인데, 항암제는 그 과정을 몇 주, 길어야 몇 달로 압축해 버린다. 난소가 약물에 큰 영향을 받아 기능이 한꺼번에 멈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 폐경을 맞은 분들이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가지는 것과 달리, 항암 중 조기폐경은 마음의 준비도 없이 들이닥친다. 서른 후반, 마흔 초반에 이걸 겪는 분들이 "내 몸이 갑자기 십 년은 늙어버린 것 같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장 흔하고 또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게 안면홍조와 식은땀이다. 멀쩡히 앉아 있다가 얼굴부터 가슴까지 확 달아오르고, 한밤중에 베개가 젖을 만큼 땀이 나서 잠을 설친다. 잠을 못 자니 낮에 예민해지고, 항암으로 가뜩이나 떨어진 체력이 더 바닥을 친다. 이럴 땐 침실을 시원하게 유지하고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더울 때 한 겹씩 벗는 식으로 대응하면 한결 낫다. 카페인이나 매운 음식, 뜨거운 국물, 술은 홍조를 부추기는 편이라 저녁엔 좀 줄여보는 걸 권한다. 그래도 일상이 흔들릴 정도라면 참지 말고 주치의에게 말해야 한다. 호르몬 외에도 도움 되는 약이 있고, 암 종류에 따라 쓸 수 있는 게 다르기 때문에 혼자 판단할 일이 아니다.
질 건조감도 많이들 힘들어하는데, 막상 입 밖에 꺼내기 민망해서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분비물이 줄면서 따갑고, 부부관계가 불편해지고, 방광염도 잘 생긴다. 부끄러운 증상이 아니라 호르몬이 줄면 누구에게나 오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향이 없는 수분 보습제나 윤활제를 꾸준히 쓰면 도움이 되고, 그래도 불편하면 국소적으로 쓰는 치료도 있으니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보면 된다. 말하기 어렵다고 미루다 보면 작은 불편이 큰 통증으로 굳어진다.
겉으로 안 보이지만 더 깊은 건 마음 쪽 변화다. 별일 아닌데 눈물이 핑 돌고, 짜증이 솟구쳤다가 푹 가라앉고, 기억이 자꾸 흐릿해진다. 게다가 출산 계획이 남아 있던 분이라면 임신 가능성을 한순간에 잃었다는 상실감까지 겹친다. 이건 의지가 약해서도, 마음이 여려서도 아니다. 호르몬이 급격히 빠지면 감정 기복은 따라온다. 혼자 삭이지 말고 가족이나 같은 병을 겪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자. 항암 전에 난자나 배아를 미리 얼려두는 가임력 보존이라는 선택지도 있으니, 진단 초기라면 치료 시작 전에 이 부분을 의료진과 꼭 상의해 두는 게 좋다.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게 뼈와 심장이다. 여성호르몬은 뼈를 지켜주는 역할도 하는데, 그게 갑자기 줄면 골밀도가 빠르게 떨어진다. 젊은 나이에도 골다공증 위험이 생기는 거다. 칼슘과 비타민D를 신경 써서 챙기고, 걷기처럼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무리 안 되는 선에서 꾸준히 하면 뼈를 붙드는 데 보탬이 된다. 흡연은 뼈에도 혈관에도 독이니 이 기회에 끊는 게 좋다.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받으며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잊지 말자.
조기폐경은 항암치료 과정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변화이고, 손 놓고 견디기만 할 문제는 아니다. 증상 하나하나에 대응할 방법이 다 있다. 다만 사람마다 암 종류와 몸 상태가 달라서 약 하나, 영양제 하나도 반드시 주치의와 맞춰야 한다. 여기 적은 건 길잡이일 뿐, 결국 내 몸에 맞는 답은 진료실에서 함께 찾아가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