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진단을 받고 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유전자 검사부터 해봅시다"라는 이야기다.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린가 싶다. 폐에 생긴 암인데 왜 유전자를 보냐는 거다. 그런데 막상 검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폐암이라도 어떤 사람은 알약 한 알로 치료를 시작하고 어떤 사람은 항암주사를 맞는다. 그 갈림길을 만드는 게 바로 EGFR이나 ALK 같은 특정 변이의 유무다. 이 변이가 있으면 그 부분만 콕 집어서 공격하는 약, 즉 표적치료제를 쓸 수 있다.

EGFR은 비소세포폐암 중에서도 특히 동양인, 비흡연자, 여성에게서 비교적 자주 발견되는 변이다. 이 변이가 암세포를 계속 자라게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 표적치료제는 그 스위치를 눌러서 꺼버린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ALK는 그보다는 드물지만, 발견되면 역시 전용 약이 따로 있다. 둘 다 공통점은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이 항암주사보다 견딜 만하다는 점이다. 머리 빠지고 토하고 하는 그 고생을 상당히 덜 수 있으니, 처음 약을 시작한 분들이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만큼 컨디션이 회복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 약들이 영원히 듣지는 않는다. 길게는 몇 년, 짧으면 1년 안팎으로 약이 점점 안 듣기 시작하는 순간이 온다. 잘 듣던 약 앞에서 암이 슬그머니 빠져나갈 길을 찾아내는 건데, 이걸 약제 내성이라고 부른다. 암세포가 약을 피하려고 또 다른 변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아예 다른 경로로 우회해서 자라기도 한다. EGFR 약을 쓰다 보면 T790M이라는 또 다른 변이가 생겨서 약이 안 듣게 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약이 듣지 않기 시작하면 다시 조직검사나 혈액검사를 해서 "이번엔 어떤 식으로 빠져나갔는지"를 확인한다.

다행인 건 내성이 생겼다고 거기서 길이 끊기는 게 아니라는 거다. 1세대 약에 내성이 생기면 그 내성 변이까지 잡아주는 다음 세대 약이 나와 있고, 요즘은 아예 처음부터 더 강력한 약을 먼저 쓰기도 한다. ALK 쪽도 약이 여러 세대로 줄줄이 개발돼서, 하나가 막히면 다음 카드를 꺼내는 식으로 치료가 이어진다. 사실 폐암 치료가 옛날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한 번 약이 막혔다고 끝이 아니라, 변이를 추적해가며 약을 바꿔 타는 장기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다 보면 환자나 가족 입장에선 "지금 쓰는 약이 언제까지 들을까"가 늘 마음 한구석에 걸린다. 근데 너무 그 불안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다. 정기적으로 영상검사 받으면서 약 반응을 추적하고, 기침이 다시 심해지거나 숨이 차는 변화가 생기면 바로 의료진에 알리는 것, 그 흐름만 잘 지켜도 내성이 왔을 때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약 복용 시간 거르지 않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하고, 다른 영양제나 약을 같이 먹을 땐 꼭 상의하는 게 좋다. 의외로 흔한 위장약이나 건강보조제가 표적치료제 흡수를 방해하기도 하니까.

여기 적은 건 표적치료제와 내성을 큰 틀에서 이해하기 위한 설명일 뿐이고, 본인 변이 종류나 약 선택, 검사 시점 같은 건 사람마다 다 다르니 반드시 주치의와 직접 상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