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진단을 받고 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의료진이 거의 빠짐없이 꺼내는 말이 하나 있다.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으셔야 해요." 이미 암이 생긴 마당에 끊는 게 무슨 소용이냐, 늦은 거 아니냐고 되묻는 분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늦지 않았다. 진단 시점에 끊든, 치료를 시작하면서 끊든, 그 선택은 앞으로의 치료가 얼마나 잘 듣고 몸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꽤 큰 영향을 준다.
왜 그럴까. 담배 연기 속 성분은 혈관을 좁히고 산소가 조직에 도달하는 걸 방해한다. 수술을 앞둔 사람이라면 이게 바로 회복 속도와 직결된다. 흡연을 계속한 상태로 수술대에 오르면 상처가 더디게 아물고, 수술 부위에 염증이나 폐렴 같은 합병증이 붙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반대로 수술 몇 주 전부터라도 끊어두면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이나 폐 기능 회복이 한결 수월해진다. 막상 해보면 "이렇게 숨쉬기가 편해질 줄 몰랐다"고 말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흡연을 이어가면 치료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고, 같은 약을 써도 효과가 덜한 경향이 보고된다. 게다가 입안이 헐거나 식도가 따가운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면역항암제처럼 비교적 새로운 치료들도 담배를 끊은 쪽에서 결과가 더 안정적이라는 자료가 쌓이는 중이다. 한마디로, 끊는 행동 하나가 치료의 손익을 바꾼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재발과 두 번째 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번 치료를 잘 마쳤다 해도 흡연을 다시 시작하면 폐나 후두, 식도 쪽에 새로운 암이 생길 위험이 도로 올라간다. 어렵게 넘긴 고비를 스스로 다시 만드는 셈이다. 그래서 치료가 끝난 뒤에도 금연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진단이라는 충격이 오히려 끊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평생 못 끊던 분이 진단 한 번에 딱 끊는 경우, 생각보다 흔하다.
혼자 의지만으로 버티기 힘들면 도움을 받으면 된다. 니코틴 패치나 껌 같은 보조제, 금연 상담 프로그램, 병원의 금연클리닉까지 손 내밀 곳은 많다. 담당 의료진에게 "담배를 끊고 싶은데 자꾸 무너진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만으로도 길이 열린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어제가 아니라 오늘부터다. 한 개비라도 줄이고, 하루라도 더 멀어지는 게 전부 몸에 보탬이 된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이라, 본인 상태에 딱 맞는 판단은 꼭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