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에 'ASC-H'라고 적힌 줄을 봤을 때, 솔직히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자궁경부 세포검사에서 좀 더 봐야 할 게 나왔다는 얘기였는데,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글마다 온도가 너무 달라서 더 불안해졌다. 누구는 별거 아니라 하고, 누구는 바로 큰 병원 가라 하고. 결국 조직검사를 다시 받았고, 거기서 고등급 병변(CIN2~3)이 확인되면서 원추절제술 얘기가 나왔다. 암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두면 위험할 수 있는 단계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던 기억이 난다.
원추절제술이 뭔지부터 차근차근 알아봤다. 자궁경부에서 이상이 있는 부위를 원뿔 모양으로 잘라내는 시술인데,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셈이다. 잘라낸 조직을 다시 검사해서 병변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경계까지 깨끗하게 제거됐는지를 본다. 방식도 여러 가지라 루프 전기로 하는 LEEP이 있고, 칼로 도려내는 냉도원추절제도 있었다. 나는 부분마취로 진행하는 LEEP을 받았는데, 시술 자체는 길지 않았다. 마취가 들어가니 통증은 크게 못 느꼈고, 타는 듯한 냄새가 좀 나는 게 묘하긴 했지만 견딜 만했다.
막상 힘든 건 시술 그 자체보다 회복 기간이었다. 끝나고 나서 묽은 갈색 분비물이 한동안 나왔고, 어떤 날은 양이 좀 많아서 '이거 괜찮은 건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딱지가 떨어지면서 나오는 거라 2~3주는 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시술 후 일주일쯤 지났을 때 분비물 색이 진해지고 살짝 출혈이 비치길래 놀랐는데, 그게 딱지 떨어지는 시기랑 맞물린 거였다.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해서 무거운 거 드는 것도, 격한 운동도 다 미뤘다. 한 달 정도는 부부관계랑 탕 목욕, 수영도 피하라고 했다.
제일 마음 졸였던 건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그 며칠이었다. 잘라낸 경계가 깨끗한지, 더 깊은 곳에 뭔가 남아있진 않은지가 거기서 판가름 나니까. 다행히 내 경우엔 절제연이 음성으로 나와서 추가 수술 없이 경과 관찰로 넘어갈 수 있었다. 대신 한동안은 몇 개월 간격으로 세포검사랑 HPV 검사를 같이 받으면서 재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끝났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 한참 동안 챙겨야 하는 일이라는 걸 그제야 실감했다.
돌아보면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모르는 걸 그냥 묻는 거였다. 진료실에서 궁금한 거 적어 가서 하나씩 물어보니까 막연한 공포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같은 과정을 지나온 사람들 글을 보면서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받기도 했다. 혹시 지금 비슷한 결과지를 받아들고 검색하다 여기까지 온 사람이 있다면, 너무 최악만 상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기에 발견해서 이 단계에서 막은 거라는 점이 오히려 다행인 거니까. 물론 사람마다 병변 정도도, 회복 속도도, 그 다음 계획도 다 다르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지나온 한 경우일 뿐이니, 본인 상태는 꼭 담당 선생님과 상의해서 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