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이라는 말을 들은 그날은 머릿속이 하얘진다. 그런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나면 치료 다음으로 발등에 떨어진 게 돈 문제다. 항암이며 수술이며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까. 다행히 우리나라엔 중증질환 산정특례라는 제도가 있어서, 등록만 해두면 본인부담률이 확 내려간다. 보통 진료비의 5%만 내면 되는 구조라, 등록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한 달 병원비가 몇 배씩 차이 난다. 진단받고 나면 이걸 가장 먼저 손봐야 한다.
산정특례 등록은 생각보다 손이 덜 간다. 핵심은 '건강보험 산정특례 등록 신청서'인데, 이 서류에 담당 의사가 확진 내용을 적고 서명을 해줘야 한다. 환자가 직접 양식을 구해 들고 다닐 필요는 거의 없다. 외래나 입원 중에 "산정특례 등록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병원 원무과나 진료협력 창구에서 알아서 처리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청서가 공단으로 접수되면 보통 그날부터 혜택이 적용되고, 한 번 등록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쭉 유지된다. 본인이 직접 챙길 건, 등록이 실제로 됐는지 며칠 뒤에 한 번 확인해보는 정도다.
문제는 실손보험 쪽이다. 여긴 서류 종류가 꽤 많고,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게 조금씩 다르다. 기본으로 깔고 가는 건 진단서, 입퇴원확인서, 그리고 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다. 수술을 받았다면 수술확인서나 수술기록지가 추가로 필요할 때가 있고, 조직검사 결과지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게 영수증을 그때그때 안 챙긴 일이다. 항암은 여러 차례 나눠서 받는데, 회차마다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받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한꺼번에 떼려고 할 때 발급이 번거롭거나 누락이 생긴다. 그러니 진료 끝나고 수납할 때 영수증과 세부내역서를 한 세트로 묶어서 파일에 모아두는 습관을 들이는 게 낫다.
진단서 발급은 한 번에 끝내려고 욕심내지 않는 게 좋다. 보험 청구용 진단서에는 병명 코드(질병분류기호)가 정확히 적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빠지거나 잘못되면 보험사에서 보완 요청이 오고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단서를 뗄 때 "실손보험 청구용이라 질병코드 들어가야 한다"고 한마디 일러두면 담당자가 알아서 맞춰준다. 또 진단서는 원본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처음부터 한두 장 여유 있게 받아두면, 여러 보험사에 동시에 청구할 때 발급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요즘은 청구 방식도 한결 편해졌다. 보험사 앱으로 서류를 사진 찍어 올리면 소액 건은 비교적 빠르게 처리되고, 병원에 따라서는 진료비 정산과 동시에 보험금 청구가 연계되는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다만 금액이 크거나 항암처럼 장기로 이어지는 치료는 원본 서류를 우편으로 따로 요구할 수 있으니, 서류는 버리지 말고 한 부씩 복사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한 가지 더, 보험 가입 시점과 약관에 따라 보장 범위가 갈리기 때문에, 본인 증권이 어떤 조건인지 청구 전에 콜센터에 한 번 물어보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
치료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서류까지 챙기라는 게 야속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래도 처음에 폴더 하나 만들어서 영수증, 진단서, 확인서를 종류별로 모아두면 나중에 훨씬 수월해진다. 제도와 보험 기준은 시기에 따라 바뀌고 개인 상황마다 다르니, 정확한 건 병원 원무과와 가입한 보험사,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확인하는 게 제일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