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를 받다 보면 통증이 따라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를 권하면, 통증보다 그 말 자체에 더 놀라는 분들이 많다. 마약이라는 단어 때문에 중독되는 것 아니냐, 정신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 걱정하며 아파도 꾹 참으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증을 치료하려고 의사 지시대로 쓰는 마약성 진통제는 거리에서 말하는 그 마약과 다르고, 중독 위험도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
오히려 통증을 참는 것이 더 해롭다. 아프면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입맛이 떨어지고, 움직이기 싫어진다. 그러면 기력이 빠지고 면역도 떨어져 치료를 견디는 힘 자체가 약해진다. 통증 조절은 덜 아프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잘 자고 잘 먹고 움직여서 치료를 끝까지 받게 하려는 것이다. 통증은 참는 게 미덕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다. 통증이 심해진 다음에 먹으면 가라앉히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더 많은 약이 필요해진다. 통증이 올라오기 전에 일정한 간격으로 미리 깔아두면 적은 양으로도 더 안정적으로 조절된다. 의사가 시간 맞춰 먹으라고 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규칙적으로 먹는 약(지속형) 외에, 갑자기 통증이 확 치고 올라오는 돌발통증에 쓰는 속효성 약을 따로 받는 경우도 많다. 이건 정해진 약을 먹고 있는데도 통증이 튀어 오를 때 추가로 쓰는 비상약이다. 하루에 이 속효성 약을 몇 번 썼는지 세어두면, 기본 용량이 부족한지 의료진이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부작용은 미리 대비하면 충분히 다룰 수 있다. 가장 흔한 변비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오기 때문에, 약을 시작할 때부터 변비약을 함께 챙기는 경우가 많다. 처음 며칠은 졸리거나 메스꺼울 수 있는데 대개 몸이 적응하며 가라앉는다. 다만 숨이 가빠지거나 너무 깊이 잠들어 깨우기 어려운 정도라면 즉시 알려야 한다. 부작용이 무서워 약을 임의로 끊기보다, 어떤 증상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조절받는 편이 안전하다.
통증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면 점수로 표현해 보자. 0은 안 아픔, 10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한 통증이라 정하고, 지금 몇 점인지, 약을 먹은 뒤 몇 점으로 내려갔는지 적어두는 것이다. 언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메모해 두면 진료 때 훨씬 정확하게 전달되고, 용량 조절도 빨라진다.
마약성 진통제는 겁내야 할 적이 아니라, 통증이라는 더 큰 적을 다루는 도구다. 임의로 늘리거나 끊지 않고 의료진과 손발을 맞춰 쓴다면, 통증에 끌려다니지 않고 일상을 훨씬 수월하게 지켜낼 수 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쉽게 전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약의 종류와 용량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