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십이지장절제술(휘플수술, Whipple operation)은 췌장의 머리 부분과 십이지장, 담관과 주변 조직을 함께 떼어 낸 뒤 소화관을 다시 이어 주는 큰 수술입니다. 팽대부, 담관 아래쪽, 췌장 머리에 생긴 병에서 선택되는 방법이고,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그런데 상처가 아물고 식사량이 돌아오고 보조항암까지 마친 뒤에도 혈당 하나만 따로 남아 잘 잡히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그 혈당이 어디에서 갈리는지, 다음 진료 전에 무엇을 정리해 두면 이야기가 빨라지는지를 일반적인 수준에서 정리한 것입니다.

첫째 갈림길은 췌장 조직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당대사 변화입니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만드는 일과 인슐린(insulin)·글루카곤(glucagon) 같은 호르몬을 만드는 일을 함께 맡습니다. 일부를 절제하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혈당을 올려 주는 글루카곤도 함께 줄어들 수 있어, 높게 올라가는 쪽과 갑자기 떨어지는 쪽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췌장 질환이나 수술 뒤에 생기는 당뇨를 췌장성 당뇨(pancreatogenic diabetes, type 3c diabetes)라고 부르며, 일반적인 제2형 당뇨와는 관리의 결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수치가 높다'만이 아니라 '하루 중 언제 어떻게 흔들리는가'가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둘째 갈림길은 소화효소가 모자라는 상황입니다. 췌장의 외분비 기능이 떨어지면(exocrine pancreatic insufficiency) 지방과 단백질이 충분히 흡수되지 않아 기름기가 도는 변, 물에 뜨거나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 변, 방귀와 복부 팽만, 더딘 체중 회복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흡수가 들쭉날쭉하면 같은 양을 먹어도 식후 혈당이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부분은 소화효소 보충 요법(pancreatic enzyme replacement therapy)의 필요 여부와 복용 시점을 담당 의료진과 확인해 볼 영역이며, 배변 양상을 며칠치 적어 가면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셋째 갈림길은 재건된 소화관을 지나는 음식의 속도, 그리고 회복기의 식사와 체중입니다. 위와 장을 다시 이은 뒤에는 음식이 예전보다 빨리 내려가 식후 이른 시간에 혈당이 훅 올라갔다가 두세 시간 뒤 오히려 떨어지는 형태(후기 덤핑증후군, late dumping)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기에 체중이 회복되는 시기에는 몸이 필요로 하는 인슐린 양 자체가 달라집니다. 수술 직후 크게 빠졌던 체중이 돌아오는 동안 같은 식사, 같은 약이라도 수치가 달라 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넷째 갈림길은 지금 쓰고 있거나 최근까지 썼던 약입니다. 항암 치료 중 구역을 줄이기 위해 쓰는 스테로이드는 투여한 날과 그 뒤 며칠 동안 혈당을 올릴 수 있고, 항암이 끝나면 그 영향이 사라지면서 이전에 맞추어 둔 용량이 맞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감염이나 통증, 수면 부족, 음주도 수치를 움직입니다. 또 수술 중 출혈과 수혈이 있었거나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당화혈색소(HbA1c)가 실제 평균 혈당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어, 자가 측정 기록이 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진료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최소 1~2주치 혈당 기록을 한 장으로 만듭니다. 공복, 식후 2시간, 그리고 어지럽거나 식은땀이 났던 시각을 함께 적습니다. 둘째, 그 옆에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간단히 적습니다. 셋째, 배변 양상과 체중 변화를 주 단위로 적습니다. 넷째, 복용 중인 약과 최근 끊은 약을 이름과 용량까지 그대로 적습니다. 다섯째, 앞으로 혈당은 어느 과에서 주로 볼 것인지, 저혈당이 왔을 때 집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언제 연락해야 하는지를 질문 목록에 넣습니다. 반복되는 저혈당, 식은땀과 떨림, 말이 어눌해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변화, 계속 떨어지는 체중, 발열이나 심한 복통은 다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하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수술 범위와 남은 췌장의 상태, 함께 있는 질환에 따라 필요한 조치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실제 약 조절이나 검사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