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주기가 열 번을 넘어서면 환자와 가족은 자연스럽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그 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료를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치료의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항암치료는 크게 수술로 눈에 보이는 병소를 없앤 뒤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한 잔존을 겨냥하는 보조요법(adjuvant chemotherapy)과, 전이가 있는 상태에서 병을 오래 조절하며 증상과 삶의 질을 지키는 고식적·완화적 항암(palliative chemotherapy)으로 나뉩니다. 앞의 경우는 기간과 횟수가 미리 정해져 있지만, 뒤의 경우는 '몇 회'가 아니라 반응·부작용·전신 상태를 저울에 올려 계속할지 조정할지를 그때그때 판단합니다. 12회라는 숫자가 끝을 뜻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첫 번째 축은 누적 독성입니다. 어떤 약은 한 번의 용량보다 총량이 쌓일수록 부작용이 뚜렷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백금계 약제에서 문제가 되는 말초신경병증(peripheral neuropathy)으로, 손끝과 발끝의 저림이 찬 것에 닿을 때 심해지거나, 단추를 잠그고 젓가락을 쥐는 일이 어려워지는 정도까지 진행하면 회복에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누적 횟수가 쌓이는 시점에 용량을 줄이거나, 조합 중 특정 약만 잠시 빼는 결정을 검토합니다. 구내염(oral mucositis), 호중구감소, 설사, 간 수치 변화, 체중 감소도 같은 저울 위에 함께 올라갑니다. 이전 주기의 구내염이 다 아물지 않은 채 다음 입원일이 다가오는 상황이라면, 그 사실 자체가 용량과 일정 조정의 근거가 되므로 반드시 미리 알려야 합니다.

두 번째 축은 반응입니다. 영상검사에서 병변의 크기와 개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종양표지자가 어떤 추세를 그리는지, 통증이나 식사량 같은 증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숫자 하나가 아니라 여러 시점을 이은 선으로 읽는 것이 원칙이며, 검사 결과가 한 번 흔들렸다고 곧바로 치료를 바꾸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 축은 쉬어 가는 방식입니다. 반응이 유지되고 있을 때 독성이 큰 약을 잠시 빼고 비교적 가벼운 조합만 이어 가는 유지요법, 또는 일정 기간 치료를 멈췄다가 진행 소견이 보이면 다시 시작하는 방식이 실제 진료에서 흔히 사용됩니다. 이런 조정은 '포기'나 '치료 중단'이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해 힘을 배분하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는 암종, 사용 중인 약제, 신경증상의 정도,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담당 의료진과의 상의가 전제입니다.

네 번째 축은 수술 가능성의 재평가입니다. 간처럼 전이 병소가 한정된 장기에 있을 때, 항암으로 크기가 줄면 절제 수술을 다시 검토할 수 있습니다. 판단에는 병소의 개수와 위치, 주요 혈관과의 관계, 절제 후 남는 간의 용적과 기능, 다른 장기 전이 여부, 환자의 전신 상태가 함께 들어갑니다. 한편 항암을 오래 지속하면 간 실질이 손상되어 수술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이 가능해지는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도 논의 대상입니다. 이런 결정은 대개 외과·종양내과·영상의학과가 함께 보는 다학제 진료에서 정리됩니다.

다음 영상검사 전에 정리해 두면 좋은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저림 일지 — 언제부터, 어디까지(손가락 끝인지 손목까지인지), 찬 것에 닿을 때만인지 항상인지, 일상 동작 중 무엇이 어려운지. 둘째, 점막과 감염 이력 — 구내염이 아물었는지, 열이 났는지, 항생제를 언제 얼마나 썼는지. 셋째, 그동안의 용량 감량·일정 연기 기록. 넷째, 진료실에서 물어볼 질문 세 개 — 지금 반응은 어떤 상태인지, 휴약이나 유지요법이 가능한지, 수술 재평가의 기준은 무엇인지. 다섯째, 다음 주기 전 응급으로 연락할 기준 — 38도 이상의 발열, 물조차 삼키기 어려운 통증, 멈추지 않는 설사나 구토,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덧붙여, 치료 중에도 빠지던 머리카락이 잠시 덜 빠지거나 속눈썹이 다시 나기 시작하는 일이 있습니다. 새로 난 머리카락이 예전과 달리 곱슬로 자라는 것도 드물지 않게 보고됩니다. 이는 모낭이 약제 주기와 변경에 반응한 결과로 설명되며, 반가운 변화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치료 효과나 병의 상태를 알려 주는 지표는 아닙니다. 반대로 머리카락이 계속 빠진다고 해서 치료가 듣지 않는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횟수와 용량, 휴약과 수술 시점에 관한 결정은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