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 이름을 올려 두고 '대기가 길다'는 말을 들으면, 가족은 그 말을 시간을 벌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다 예상보다 이른 날 '자리가 났다'는 문자를 받으면 준비해 두었다고 생각한 마음이 한 번에 흔들립니다. 먼저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대기 연락은 대개 '지금 즉시 결정하라'는 통보가 아니라 '자리가 생겼음을 알린다'는 안내이고, 기관마다 회신 기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몇 시간일 수도 있고 하루 이틀일 수도 있습니다. 그 기한이 얼마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첫 갈림길입니다.
두 번째 축은 대기 명단의 규칙입니다. 이번 자리를 받지 않았을 때 순번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뒤로 밀리는지, 아예 다시 등록해야 하는지는 기관마다 다르게 운영됩니다. 여러 기관에 함께 이름을 올려 둔 경우라면 어느 곳을 남기고 어느 곳을 정리할지도 이 통화에서 함께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검색으로 답을 찾기보다, 연락해 온 담당자에게 그 자리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세 번째 축은 지금 몸의 상태입니다. 통증, 숨참, 구역과 구토, 섬망 같은 증상이 집에서 쓰는 약과 방법으로 조절되고 있는지가 시점을 가르는 실질적인 기준이 됩니다. 진행 중인 치료도 함께 봅니다. 완치를 목표로 하는 항암치료와 입원형 호스피스는 함께 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방사선치료나 시술은 기관 방침에 따라 다르게 판단됩니다. 여기에 돌보는 사람의 여력, 특히 밤 시간을 감당할 수 있는지와 이동 수단이 있는지가 더해집니다.
'마음의 준비'는 이 축들과는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준비가 다 되어 입원을 결정하는 가족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결정을 미루는 동안 증상이 급해져 응급실을 거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있고, 그러면 정작 원했던 환경과 속도를 놓치기도 합니다. 미루기로 하더라도 그때는 '무엇이 나빠지면 다시 연락하겠다'는 기준을 담당자와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호스피스가 한 방향으로만 열리는 문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 두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입원형 외에 집에서 방문 팀의 돌봄을 받는 가정형, 기존 치료를 받던 병동에서 자문 팀이 함께 보는 자문형이 있고, 증상이 안정되면 퇴원해 다른 형태로 옮겨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원 시점이 곧 남은 시간의 길이를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면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는 기관 방침, 그 시기의 감염관리 상황, 병실 구조에 따라 갈립니다. 확인해 둘 항목은 이렇습니다. 면회 가능한 시간대와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 보호자가 함께 머무를 수 있는지와 교대 방식, 어린아이의 방문 가능 여부, 외출과 외박, 임종이 가까울 때 적용되는 예외 규정, 종교 의례나 조용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입니다. 같은 지역의 다른 기관이라도 답이 다를 수 있으니 인터넷의 경험담보다 그 기관의 안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습니다.
답장을 보내기 전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회신 기한과 이번 자리를 넘겼을 때의 조건을 묻습니다. 둘째, 입원 전에 필요한 절차나 준비물이 있는지 한 번에 확인합니다. 셋째, 오늘 하루 증상과 약을 적어 두고 지금 집에서 조절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해 봅니다. 넷째, 환자 본인에게 어떻게 전할지, 본인의 뜻은 어떤지를 가족끼리 먼저 맞춥니다. 다섯째, 면회와 상주 규칙을 들은 뒤에 가족들의 일정을 배치합니다. 이 다섯 가지가 정리되면 '지금 갈지 미룰지'는 감정만으로 정하는 문제에서 조금 내려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별 상황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담당 의료진, 호스피스 상담 담당자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