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루를 되돌린 지 한두 해가 지나도, 하루가 잘 흘러가다가 해가 진 뒤부터 무너지는 날이 있습니다. 아침과 오전에는 형태가 잡힌 변을 보았고 낮에 조금 푸짐하게 먹었을 뿐인데, 밤 아홉 시 무렵과 자정 가까이 두 번을 화장실에서 보내는 식입니다. 기록에는 '설사' 두 글자만 남지만, 밤에 몰리는 변은 낮의 설사와 다른 부담을 하나 더 안고 있습니다. 잠이 끊기고, 항문 주위 피부가 회복할 시간을 얻지 못하며, 다음 날 활동이 통째로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밤으로 몰리는 변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대체로 네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담즙산(bile acid)입니다. 수술에서 회장 말단이나 회맹판 부위가 함께 정리되었거나 담낭을 떼어낸 몸에서는, 재흡수되지 못한 담즙산이 대장으로 넘어가 물을 끌어당깁니다. 식사 뒤 몇 시간이 지나 노랗고 물 같은 변이 급박감과 함께 나오는 양상이면 이 갈래를 떠올려 볼 만합니다. 확인은 특수 검사보다 담즙산 결합제를 짧게 써 보고 반응을 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저녁의 시간표입니다. 하루치 지방과 당이 저녁 한 끼와 늦은 간식에 몰리면, 위가 채워질 때 대장이 따라 움직이는 반사(gastrocolic reflex)가 잠들기 직전에 겹칩니다. 아이스바나 초콜릿 과자에 들어 있는 유당(lactose)과 지방, 무설탕 제품의 당알코올(sorbitol), 커피의 자극이 여기에 얹힙니다. 디카페인이라 해도 카페인이 완전히 0은 아니고, 커피가 장을 자극하는 힘이 카페인만으로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셋째는 저위전방절제증후군(LARS)에서 흔한 군집배변(clustering)입니다. 한 번 보고 나서 30분에서 한두 시간 안에 다시 신호가 오는 형태로, 직장이 담아 두는 그릇 역할을 예전만큼 하지 못해 생깁니다. 이때는 '묽어졌다'기보다 '나눠서 여러 번'에 가깝고, 낮에 참고 미룬 만큼 저녁에 몰리기도 합니다. 넷째는 나머지 원인들입니다. 최근 항생제를 쓴 뒤의 물설사, 새로 시작한 약(마그네슘 제제, 일부 당뇨약), 소장 세균 과증식(SIBO), 좁아진 문합부 옆으로 묽은 것만 빠져나오는 상황은 식사 조절만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다음 진료 전까지 해 볼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2주 동안 '저녁만' 따로 적습니다. 마지막 식사와 간식의 시각과 내용, 그때부터 첫 배변까지 걸린 시간, 변의 형태(브리스톨 척도 1~7), 급박감과 새는 느낌이 있었는지, 잠에서 깼는지까지입니다. 그다음 한 번에 한 가지만 바꿉니다. 늦은 간식 하나를 빼거나, 저녁 식사를 잠들기 서너 시간 전으로 당기는 식으로 사흘에서 닷새는 유지한 뒤 판단합니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바꾸면 무엇이 효과였는지 기록에 남지 않습니다.
피부와 수분은 따로 챙깁니다. 밤에 반복되는 묽은 변은 항문 주위 피부를 빠르게 헐게 하므로, 물티슈로 문지르기보다 미온수로 씻고 두드려 말린 뒤 차단 연고를 얇게 바르는 편이 낫습니다. 밤사이 여러 번 나갔다면 다음 날 아침 체중과 소변 색으로 탈수를 가늠하고, 맹물만이 아니라 전해질이 든 음료를 나눠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진료실에서는 '설사가 있어요'보다 '밤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갑니다', '한 번 보고 한 시간 안에 또 봅니다'처럼 시각과 횟수를 붙여 말하면 다음 단계가 빨리 정해집니다. 지사제를 이미 쓰고 있다면 용량보다 복용 시각을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담즙산 결합제를 시험해 볼 수 있는지, 대변 검사나 혈액 검사가 필요한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발열, 피가 섞이거나 검은 변, 심한 복통과 함께 배가 부르고 토하는 증상, 짧은 기간의 뚜렷한 체중 감소, 최근 항생제 사용 뒤의 물설사는 기다릴 항목이 아니라 곧바로 확인해야 할 신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수술 범위와 복용 중인 약, 지금의 몸 상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실제 조치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